김우관의 세상만사
‘발상의 전환’ 이 이뤄낸 작은 기적
김우관 <본사 중·서부취재본부장>

유두석 장성군수와 박우량 신안군수가 펼치는 ‘색채 마케팅’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자치단체장이 속한 군은 인구 규모나 재정자립도 등의 각종 평가지표에서 전국 하위권에 랭크돼 열악하기 짝이 없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두 단체장 역시 중앙부처 부이사관급 공무원 출신이라는 공통 분모에다 왕성한 추진력을 겸비했다는 성격도 비슷하다. 소속 공무원들의 선호도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도 어쩌면 닮은 꼴이다.

두 지역은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밀린 농촌과 섬 지역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 역시 좋을 리 만무했다. 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고향을 등졌고 동네에서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멈춘 지 오래다. 대신 노인들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같은 고민을 안은 유두석 군수와 박우량 군수는 지리적 특성에 맞는 색깔을 최대한 활용한 ‘문화·관광 콘텐츠’ 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최근 ‘웰빙’·‘워라벨’ 추이에 맞춰진 국민의 눈높이를 사로잡기에 필요충분 요소로 작용했다. 국민을 우리 지역으로 끌어모으는 기폭제 역할을 했음은 당연하다.

# ‘황룡강’ 에서 찾아낸 노란색

‘색채 마케팅’을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 도입한 유두석 장성군수. 지난 2014년, 민선 6기에 취임한 유 군수가 추구한 색깔은 옐로우(노란색)이다. 노란색은 ‘부유함과 희망’이란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장성 황룡강에서 노란색을 착안했다고 한다. 

건설교통부 (현재 국토교통부) 재직 당시 영국 유학 중에 첼시 플라워쇼를 관람한 뒤 숱한 벤치마킹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를 구상했다는 후문이다.

국도 1호선에 위치한 장성 관문 ‘옐로우 게이트’는 장성군의 상징물로 자리잡았다. 장성 진·출입로에 자리잡은 고려시멘트도 정비 전에는 칙칙한 인상을 풍겼지만 노란색을 입힌 지난 2018년부터는 산뜻해졌다. 노란색 물결을 머금은 장성은 처음에는 다소 생경했지만 이젠 고유의 색채로 자리 잡았다.

잡풀이 무성했던 황룡강은 천지개벽을 이뤘다. 매년 장마철 때면 범람을 되풀이했던 하천을 준설하고 둔치를 1m가량 높여 노란색이 만발한 꽃밭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1억만 송이의 꽃밭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방문객들이 쇄도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강’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유 군수의 책상에는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즐겨썼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있다. 유 군수는 “황룡강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반대 의견이 많아 군수직을 던진다는 각오로 사업을 전개했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절박했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올해는 이 곳에 해바라기 100만 송이가 활짝 피어 코로나 19로 나들이에 나서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줬다.

#사계절 꽃피는 플로피아 실현

박우량 신안군수는 크고 작은 1004섬에 사계절 꽃피는 플로피아 세계를 현실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플로피아는 꽃(Flower)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꽃이 만발한 천사섬을 꾸미려는 계획이다. 지난 2018년부터 5개년 사업으로 진행된 이 계획은 어느덧 성과가 나타났다.

조그마한 섬인 안좌 박지도와 반월도를 잇는 1.8㎞ 길이의 퍼플교다. 이 섬에 보랏빛 꽃들이 형형색색 물들이는 것에 착안해 보라색 섬으로 꾸며졌다. 퍼블교가 만들어지고 100일 만에 7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전에는 외지 관광객이 단 한 명도 찾지 않던 곳이다. 하루 700명이 찾은 셈이다. 홍콩, 독일 등 해외 매체에서도 ‘한국에서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소개할 정도로 유명세다.

지도읍 선도는 봄에 섬 전체가 노란색으로 변한다. 수선화가 만개해 지난해 축제에는 섬 주민들의 100배인 1만 2천여 명이 다녀갔다. 

증도 병풍도에는 가을에 주홍색의 맨드라미 200만 송이가 장관을 이룬다. 신안 압해도에는 겨울만 되면 애기동백 1만 7천 그루에서 2천 400만 송이의 붉은색이 하얀 눈 속에 핀다. 

신안은 사계절 내내 꽃이 피어나는 꽃 천국을 연출한다. 신안의 눈부신 변화는 섬을 연결하는 천사대교의 개통이 뒷받침됐다.

이처럼 흔하디흔한 하천과 작은 섬이 일약 전국 명소로 발돋움하는데는 유 군수와 박 군수의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도전은 늘 아름답다고 말한다. 물론 과정에는 반드시 공과도 있기 마련이다. 

너무나 획일적이고 강요적인 추진은 그래서 탈이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과감한 시도는 낙후된 전남지역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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