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24)악인악과(惡因惡果)
<제4화>기생 소백주 (24)악인악과(惡因惡果)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아!.........”
도선은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한 끼 자신이 먹을 밥을 아낌없이 배고픈 자에게 선사할 줄 알았던 그 나무꾼총각의 순정한 마음에 감동하여 이런 마음의 소유자라면 발복하여 세상의 소박한 복락을 누려도 좋다고 여겨 자리를 잡아주었건만 결국 참혹한 흉사를 맞았다니 도대체 무엇인가?
도선은 다시 발길을 돌려 그 산에 있는 무덤으로 향했다. 자신이 금시발복 명당자리를 잘못 본 것이 아닐까하고 그 자리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곳에 도착한 도선이 산세를 유심히 살펴보고 나침반을 보며 세심히 뜯어보니 결코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조산, 안산, 좌청룡, 우백호, 주산과 배산, 내룡, 외룡 그리고 남출북류(南出北流)의 물길을 두루 갖춘 좋은 명당 터였다. 도선의 눈에는 분명 이곳이 온갖 복락을 세세손손 누릴 금시발복할 자리로 보이는데 실상은 저렇게 급사(急死)하여 죽었다니 도선은 자신이 알지 못할 무한한 비밀이 숨어있는 자연의 오묘한 섭리를 생각해보며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실감했다.
저 하늘은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도무지 도달하지 못할 먼 지경을 아스라이 열어놓고 있었다. 도선은 자신의 한계를 통감하고는 섣불리 아는 체를 하여 나무꾼총각을 죽였구나 하는 책임감으로 비통해 하며 가슴을 쳤다.
“허허! 내 이 어설픈 재주로 생사람 여럿 죽이겠구나! 젊은이 내 죄가 크이! 잘 가시게!”
도선은 굳은 결심을 했다. 서투른 재주로 하늘과 땅을 경솔한 입에 담으며 세치 혀를 놀리면서 사람들을 농락하는 짓은 예서 그만두어야했다. 다시는 그런 천벌 받을 짓을 해서는 아니 되었다. 도선은 품에 간직한 나침반을 꺼내 오른손에 번쩍 들고 그것을 오줌통을 향해 힘껏 내팽개치려는 찰나였다.
“멈춰라!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나무꾼총각의 아비는 살인을 세 번이나 저지른 중죄인이었다. 그러한 자가 어찌 좋은 명당에 들어 갈수 있겠느냐! 명당에 들어가더라도 어찌 발복할 수 있겠느냐! 선인선과(善人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니라! 착한 마음의 나무꾼 총각의 선행은 후생에 거두리라!”
순간 빈 허공이 난데없이 울며 도선의 귓전을 때렸다. 저게 무슨 소리인가? 도선은 먼 허공에서 문득 울려오는 하늘의 소리를 듣고는 멈칫 손을 멈추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사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파란 하늘을 우러르며 그 자리에 풀썩 무릎을 꿇고 앉아 크게 소리쳤다.
“아아! 이게 분명 하늘 님의 소리인가! 내 아직 그 이치를 알지 못했소이다! 바로 그것이었구나! 사람의 하는 일에 하늘과 땅이 감응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도선은 엎드려 고개를 땅이 닿도록 깊숙이 수그리고 가슴의 소리를 외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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