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개 종가 대변하는 전남종가회 <38>
한류콘텐츠 보물창고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전남종가문화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10대 이상 직계 유지한 종가 결속
이웃 살피며 절의·충효 계승 ‘눈길’
국가보물, 명승 문화재 수난 이겨내
한옥 한식 한복 한글 영화 드라마
한류 관심 증대 체험 방문 만족도 최고

필암서원 전경. 장성 울산김씨 하서종가에서 보존한 필암서원은 '한국의 서원'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영광 연안김씨 김인택종가 매간당 작은음악회

전남에는 비옥한 농토와 아름다운 강산이 한눈에 보이는 풍수명당에 터를 잡아 집성촌을 이루고 10대 이상 종택을 지키며 가문의 전통을 지켜온 종가가 106개나 된다. 저마다의 내력으로 300년에서 1천년을 이어 온 가문들에 위기가 찾아왔다. 문화재급 종택을 유지할 사람도, 재원도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는 인식이다. 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는 한류 문화유산의 본류를 잃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이를 지키기 위해 전남종가회가 전남 일원에 산재한 종가를 찾아내고 현황을 조사해 보존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전남종가회를 찾아 세계유산 등재운동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한옥·한식·한복 종합문화유산 보유

전남종가회는 10대이상 직계가 내려오고 해당 지역에 거주하며 종택에서 가통을 잇고 있는 집안을 회원으로 하고 있다. 종가는 건축, 정원, 음식, 문화재, 제례의식 등을 보유하고 문집 등 기록을 보존한 한류 문화재 종합세트라고 한다. 종택과 정자는 한국적 경관미를 만끽할 수 있는 정원을 품고 친환경적 건축기술로 만들어져 세계의 조경학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담양 제주양씨의 소쇄원은 한국대표 민간정원으로 유명하고, 강진 원주이씨 백운동종가에도 성리학적 이상이 표현된 정원이 주목받는다. 보성 이진래고택은 만족도 95%이상의 게스트하우스로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안타까운 것은 수백년 관리해 온 종택을 유지 보존하는 데는 인력과 재원이 있어야 하건만, 종손은 고령이 되고 기와와 연못, 정원수 등의 관리에 있어 집집마다 한계 상황에 처했다. 곡성 선산류씨 능호공파 종가는 개미로 인해 나무기둥이 좀먹고, 곡성 청송심씨 제호당종가의 함허정은 장마에 담장이 무너졌지만 보수 못해 비닐로 덮어둔 채 관광객의 접근을 막고 있다. 잡풀이 무성하고 재해 예방이 곤란한 사우도 다수가 있어 문화재급 유적의 보존 대책이 아쉬운 실정이다.

◇유형·무형 종가문화 보존의 한계

제례는 구성원에게 자존감을 주고 결속의 동기를 부여하며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을 형성하는 매개가 된다. 불천위제례, 기제사, 차례, 시제 등 무형의 민속문화유산을 종가가 유지하고 있다. 영암 김해김씨 사군파 양무공종가 구고사 등에서 진행하는 제례는 가야 마지막 왕인 양왕의 왕릉(사적 제214호)에서 출토된 가야 복식을 재현해 매년 1천여명이 참여하는 시제로서 장관을 연출한다. 종가음식의 상차림과 요리법은 가문마다 종부에게 전승됐다. 담양 장흥고씨 양진재종가에서는 장류 명인으로 종가 씨간장 산업화를 추진하고, 곡성 선산류씨 능호공파 종가는 아홉번 볶은 죽염을 생산하며, 강진 해주최씨 현감공종가는 군남마을 주민들과 마을기업을 키우는 등 종가음식의 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남파종가도 강남에 종가음식전문점을 열어 부호집안의 가통을 현대에 맞게 적용시키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종가는 여력이 없어 씨간장 마저도 잃기 직전에 있고 종가음식 특유의 조리법이 전승되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있다.

◇세계유산으로 보존 가치 충분

전남종가회는 자구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다수의 종가에 주목, 종가문화 보존을 위한 제도적 보존방안으로 ‘전남 종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7년 1차 전남종가현황조사 이후 학술심포지엄을 준비해 가능성을 학계로부터 인정받았다. 2019년 2차 현황조사 후인 2020년에는 구례 운조루 등 종가에서 하루 살아보기, 인문학강의, 종가음식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인터넷예약이 하룻만에 1년분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등을 등재하는데 역할한 전문가 답사단 21명이 영광 매간당·나주 남파고택·보성 이진래고택·장흥 존재고택 등을 답사했다.

이배용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은 “한옥, 한식, 한복 등 한국적인 의식주 생활문화가 모두 포함돼 있는 종가문화는 세계에 내놓아도 자랑스런 유산이다”며 종가들이 보존해 온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보성 광주이씨 양진제공파 종가가 보존한 이진래고택과 열화정 체험
열화정 음악회
나주 밀양박씨 남파고택 씨간장을 보존한 장독대
전남종가의 종가문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현장답사단이 보성 광주이씨 양진제공파 종가 이진래고택을 방문했다.
영광 연안김씨 직강공파 종택 매간당에서 종가체험중 인생샷 촬영대회를 열었다.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출발한 종가체험단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1박2일 종가 체험은 신청 오픈 한시간만에 4개월분 체험예약이 풀마감을 이룰 정도로 인기가 높은 보성 이진래고택을 비롯하여 영광 매간당, 장흥 존재고택, 나주 남파고택 등 전남 일원의 종가에서 전통 한류 의식주와 문화를 소재로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나주 밀양박씨 남파고택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체험단
곡성 함허정. 장마에 무너진 담장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집안에서 고문서를 보존하고 있던 문서창고를 수마가 휩쓸고 갔던 일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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