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관의 세상만사
“시·도지사, 형식·절차 따지지 말고 자주 만나라”
김우관 <본사 중·서부취재본부장>

벌써 세밑이다. 예년 같으면 ‘송년회다, 신년맞이다’ 라면서 들뜬 나날이겠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무겁고 진지하고 엄중하기까지 하다. 올 초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팬데믹 현상 때문이다. 진정은커녕 되레 ‘3차 대유행’ 상황이 빚어지면서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영국이 고령자와 방역종사자들에게 투여되는 등 본격적인 치료에 나섰으나, 전문가들은 코로나 종식은 빨라야 내년 중반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 그저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의 경우 어제 (8일) 부터 3주간에 걸쳐 거리두기 2.5 단계로 상향된 채 시행 중이고 광주·전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은 거리두기 2단계에 돌입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일상생활은 턱막힌 상황이다. 밤 9시 이후에는 도심은 멈춤 상태로 변했고 하루 벌어 근근이 버티던 영세 자영업자들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KB부동산 상가정보시스템이 광주지역 5대 상권(상무·충장로·전대후문·광천동·수완지구)을 분석한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들 매출액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26%가량 줄었고 지난 6개월 새 음식점 67곳, 소매업 40곳 등 총 107곳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이 곳은 광주서는 내놓으라 하는 상권임에 비춰볼 때 변두리나 골목상권 등은 역대 최악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활동이 거의 멈춰 섰다는 얘기다.

# 코로나블루 씻을 청량제 돼야

이처럼 지역 경제활동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사이에 정치권은 ‘시·도민에게 희망을 줬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단언컨대 ‘아니올시다’라는 대답이다. 답답하고 움츠러든 지역민들에게 확 뚫어줄 청량제와 같은 소식은 거의 없다. 그나마 ‘시·도간 상생’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지역민들에게는 실망감만 부추겼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일 전남도청에서 1년여 만에 공식 테이블 석상에서 만났다. ‘2020년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가 열린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시·도간 풀어야 할 난제들이 한꺼번에 몰려있던 터여서 시·도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기대만큼 회의감도 컸다. 시급하고 민감한 공동현안은 공동의제에도 올리지 못하고 비켜 간 탓이다. 상생의 가늠자 역할을 할 광주 민간공항이전과 혁신도시를 되살릴 불쏘시개 지표인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화순 동복댐 관리권 문제 등은 아예 의제에서 배제됐다. 민감한 현안을 올리지도 못한 상생위원회를 두고 지역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시·도지사가 할 일도 많을 텐데 굳이 만날 명분을 잃어버린 셈이다.

이날 광주·전남 상생위가 끝나고 나서 양측은 빛가람혁신도시 활성화 사업 등 25건의 기존 과제에 대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코로나19와 정부 정책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신규과제 8건 등 모두 33개 공동협력과제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신선함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한문화권 정비와 공동관광상품개발, 온라인 일자리 박람회, 영산강 생태환경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좀 심하게 말해 이런 문제는 양 기획실장과 실무진이 만나서 합의를 해도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대신 시장·지사는 꽉 막힌 공동 현안을 뻥 뚫어줄 정치공학적 역할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번 상생위는 체급이 떨어진 아쉬운 회동이 되고 말았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지역민 희망 주는 ‘상생 행정’ 기대

공동발굴하기로 한 ‘초광역 협력사업’도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앞서 지난달 12일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초광역 협력 프로젝트 발굴·지원 사업에 대한 1차 공모 결과 전체 29개 사업 가운데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은 9개, 대구·경북은 7개 사업이 선정된 반면 전남은 1개, 광주 2개(공동주관 포함)였다. 예산 규모도 부울경의 20분의 1에 이를 정도로 시·도는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날 양측이 작성한 발표문에는 ‘광주시와 전남도는 오랜 역사 속에 동고동락해 온 하나의 공동체’라고 쓰여있다. 그나마 ‘한 뿌리’라는 문구는 다행히(?)도 없었다. 시·도민들에게 이런 표현은 이젠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시·도지사는 최소한 ‘한 달에 한번은 만나라’고 강력히 주문한다. 그래야 지역 현안을 풀 수 있는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형식과 절차는 필요 없다. 사람도 자주 만나야 친숙해지고 할 얘기가 많듯이, 시·도지사 역시 자주 만나야 오해가 풀리고 상생의 길이 열린다. 

신축년 새해에는 이를 반드시 실천하는 시·도지사가 되길 지역민과 함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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