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촌 이내 친척 중 비정규직 공장ㆍ건설 노동자 없으시죠?

형광석(목포과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남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오늘 돈벌이하러 나간 노동자 중 몇 명이 퇴근하지 못할까요? 야근하느라 퇴근하지 못한다고요? 그렇다면 천만다행이지요. 부모와 자식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처음 출근하는 노동자가 하루에 몇 명일까요?

일하다가 졸지에 사고로 세상을 떠난 노동자의 가족은 네 가지 곤궁한 상태, 즉 환과고독에 처하겠지요. 노동자인 아내가 가버리면 남편은 홀아비로, 남편이 하늘로 이사를 하면 아내는 과부로,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친부모가 다시는 존재하지 않는 고아로, 숨진 노동자를 가슴에 묻은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의지할 데 없는 처지로 바뀌어요. 지난 10월 8일 40대 택배 노동자가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면서 하루 평균 400여 개의 택배를 배송하다가 과로로 숨졌다고 하지요. 텔레비전 화면에 비친 70대 아버지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리지요?

혹자는 고독하다고 말합니다. 고독은 로마(Roma) 사람들이나 즐기는 낭만(roman)이겠지요. 적어도 나에게 ’고독‘은 양부모를 잃은 어린아이와 늙어서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참담한 상황을 드러내는 말로 다가옵니다.

지난 12일 새벽 배달된 신문(한겨레)의 1면에 난 기사대로 인용합니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1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 김용균 어머니를 단식 내몬 국회, 중대재해법 즉각 제정 촉구, “정치인들 말로만 약속” 성토.

그분이 가슴에 찬 손팻말에 적힌 말도 그대로 인용합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 즉각 제정 촉구 / 단식자 / 김미숙 / (김용균 어머니) ” 그분의 심정이 헤아려지는가요? 한국발전기술 소속의 24세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18년 12월 10일 밤 사고로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슴에 묻히신 노동자이지요. 이런 일을 겪은 부모의 상황을 참척지변이라고 하지요. 그 심정을 표현할 어떤 말도 없기에 참척(슬프고 슬프다)이라고 하는가 봐요.

그분은 참척 중에 제2의 김용균을 막아야 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전력투구하였지요. 당시 국회의원들에게 거의 무릎을 굽혀가며 애원하는 모습을 당시 언론 보도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2018년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했지요. ‘유해업무 도급금지·원청처벌 강화’를 담았다고 하지만 산재사망으로 사용자를 처벌할 때 징역 하한선이 도입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요.

그때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생각했지요.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4촌 이내 친척 중 비정규직 공장·건설 노동자는 없겠지? 더구나 노동 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은 친족은 한 명도 없겠지? 또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이나 암에 걸려 고생하거나 죽은 인척도 한 명이 없겠지? 산업재해의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산업재해 장애인은 더구나 없겠지? 격하지만, 20대 국회의원 중 참척지변을 당한 자는 아무도 없을 거야? 그때부터 나는 국회의원을 정말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관찰하는 버릇이 들었지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대다수의 21대 국회의원도 참 부러운 분들이지요?

단식 농성 중인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 옆에 놓인 알림판에 적힌 글로 맨 앞에 제시한 질문에 답합니다. “정의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한 날(2020.6.11.)로부터 오늘(2020.12.11.)까지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 589명” 경제개발 시기에 일부 위정자는 노동자를 ‘산업전사’로 불렀지요. 그런 시각으로 보면, 퇴근하지 못한 노동자는 산업전선에서 전사하신 분이지요. 우리는 큰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고 할 만하지요.

올해 9월 현재 출생아는 21만1천768명이네요. 올 한 해 출생아는 28만2천여 명쯤으로 계산되지요.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유지하는 생태계가 무너져 보이지 않나요. 그러기에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은 시급하지 않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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