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여수산단 ‘사죄’는 거짓말 이었나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전남도의회가 대기오염 배출 조작사건과 관련, 행정사무감사에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수산단 5개 대기업 공장장들을 증인으로 불렀는데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2개 기업 증인이 불출석했다는 것이다. 도의회가 환경오염문제로 여수산단 대기업 대표를 불러 그 책임을 따져 물은 것은 처음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4월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먼지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이들에게 측정을 의뢰한 여수산단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

4년 동안의 조작 건수만 1만3천여 건, 허위 측정은 20년 이상 관행처럼 이뤄져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이 보강수사에 나서 이들 대기업 임원 3명을 구속기소하고 8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업장들은 조작된 자료를 통해 정부의 점검을 면제 받는 등의 각종 특혜를 누려 왔다. 특히 LG화학은 2016년 7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염화비닐 실측값 총 149건을 조작했다.

이에 LG화학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태는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면서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염화비닐 배출과 관련해 관련 생산시설을 즉각 폐쇄한다”고 했다. 또한 LG화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 및 건강영향 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도 배출조작 사건에 연루된 대기업들은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의원들은 “대기업이 투자 비용 아끼려고 배출 조작을 해서 주민들의 건강피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기업은 1급 발암물질인 염화비닐 등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초과 배출했다”고 질타했다.

롯데케미칼 공장장은 “국민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 이해 관계자 분들께 큰 실망을 드려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차후 재발하지 않도록 300억원의 환경보강설비 투자를 하겠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금호석유화학 공장장은 “550억원 정도의 환경개선투자를 진행 중이며 차기년도 120억원을 추가 투자할 방침이다”며 “주민들께 사죄 드린다”고 밝혔다.

GS칼텍스 전무는 “약 1500억원의 환경시설 관련 투자를 약속하며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LG화학 공장장은 “여수공단 환경개선에 1600억원을 투자하겠다”면서 “철저하게 약속을 지키고 안심하게 같이 공존할 수 있는 회사가 되겠다”고 했고 한화케미칼 공장장은 “머리 숙여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조작사건이 드러나고 1년 8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전남도와 여수시는 산단기업과 주민대표,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력거버넌스위원회를 구성했다. 거버넌스 구성 당시 기본의제는 대기오염 측정치 거짓기록 위반업체에 대한 민·관 합동 조사와 환경오염 위반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현장공개 방안, 여수산단 주변 환경실태조사, 여수산단 주변 주민건강 역학조사 및 위해성 평가 등 4가지였다. 그 의제를 두고서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최근까지 21차례 거버넌스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회의 중이다.이런저런 뒷말마저 낳고 있다.

특히 여수산단 주변 마을에 대한 환경실태조사와 주민건강역학조사를 위해 연구과제 분담금 57억 원의 비용 분담을 둘러싸고 업체마다 서로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대기업 외에 언론에 공표되지 않은 기업들이 나 몰라라 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민적 공분을 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뇌리에서 잊혀질만하니 허송세월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러니 기업들의 사회 공헌사업은 물론 피해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보상 등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그 와중에 연말이 되면서 여수산단은 정부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기관리권역법’시행을 앞두고 전남도에 규제를 완화하거나 유예 해줄 것을 건의했고 전남도는 이 건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설 개선 등 미리 대비가 필요했음에도 시행을 앞두고 완화나 유예를 들고 나온 것은 지역민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다.

더욱이 지난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조작 당시 대기업 책임자들이 환경오염 저감 대책을 발표했으나 그 약속이 얼마나 실천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들의 건강보다는 아직도 회사 이익에만 급급해 하는 후진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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