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광주 통합교육추진단의 설립을 제안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함께 해야 한다-

최영태(전남대 명예교수)

초등 돌봄교실 문제를 놓고 돌볼 전담사, 교원 단체, 학부모 간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교원 단체들은 학교가 아이들의 돌봄까지 떠맡는 것은 과중하다면서 지자체 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돌봄 전담사들은 초등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반대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비슷한 입장인 것 같다. 다만 학교 시설을 돌봄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는 교원 단체나 돌봄 전담사들 사이에 큰 견해차가 없다. 결국, 돌봄 문제의 주관 부서를 둘러싼 견해차는 돌봄 문제를 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보느냐 혹은 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대한 견해차라고 본다.

아이들의 교육과 관련하여 교육청과 지자체 사이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것은 비단 돌봄 영역만이 아니다. 각 시도에 설치된 청소년활동진흥센터, 수련시설, 학교 밖 청소년센터 등도 마찬가지이다. 내용이 교육과 관련된 것인 만큼 교육청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인데, 실제로는 안 그렇다. 해당 기관의 예산이 대부분 여성가족부와 지자체에서 나오고, 감독기관도 지자체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교육청은 운영위원회에 장학사 1~2명을 파견하여 형식적으로 관심을 같은 수준이다.

최근 시·도 간 행정통합문제가 전국적 화두로 대두되었다. 차원은 좀 다르지만 같은 광주광역시 내에서도 분야 간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행정과 교육 분야의 협력이다. 예를 들면 돌봄교실, 대안학교, 학생지도 분야 등은 광주시와 교육청이 좀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분야이다. 수련시설 등 청소년 관련 시설의 운영과 지원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부분은 중첩되고 어떤 부분은 방치되고, 어떤 부분은 경쟁적이다.

교육청과 대학도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분야이다. 교육청으로서는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대학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입시정책 분야에서도 교육부 차원의 해법 못지않게 지역 대학과 교육청이 협력하면 효과를 볼 내용이 많다. 몇 년 후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도 대학의 노하우와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 대학의 입장에서는 초중등학교가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줘야 좋은 대학을 만들 수 있다. 대학이 진정으로 원하는 학생은 수능성적이 아니라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이다.

마침 경상남도에서 1년 전에 행정과 교육의 유기적 협력을 위한 기구를 탄생시켰다. 이름하여 ‘통합교육추진단’이다. 통합교육추진단은 경상남도와 경남교육청이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이원적 구조를 통합해 좀 더 좋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기구이다. 이 기구에는 경남도청과 교육청 외에 지역 대학도 함께 한다. 경남 통합교육추진단은 교육청의 전문직(장학관·장학사) 및 일반직 공무원 등 5명과 지역 내 대학에서 3명의 대학협력관을 파견받아 총 30명으로 구성되었다. 이 기구는 미래 교육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기관 간 상생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사업발굴을 행하고 있다.

교육은 시간이 갈수록 교실 안의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입시과열과 과도한 사교육비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벌 중심주의와 학력 간 임금 격차 등이 시정되어야 한다. 이 주제는 교육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차원에서 거시적 차원의 줄탁동시(?啄同時)가 필요하다. 교실 밖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이 거대목표는 다음에 언급하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마을 교육공동체에 대한 언급에 초점을 맞추겠다. 교육이라는 주제는 현재의 학부모만이 아니라 미래의 학부모, 그리고 손주를 가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관심사이다. 광주 지역사회가 교육문제를 교육청이나 대학만의 영역이 아니라 광주시민 전체의 주제로 승격시켜야 할 이유이다. 이런 차원에서 필자는 광주시와 교육청, 대학이 함께 광주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협력체로 (가칭) 광주 통합교육추진단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이 기구는 당면과제로 돌봄교실, 대안학교, 진로체험학습, 학생지도, 교교학점제 등을 다루게 한다. 그리고 성과를 보면서 범위를 점차 넓혀 궁극적으로 지역교육공동체의 플렛폼으로 발전시킨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함께 해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광주가 이 주제를 본격적인 실천적 과제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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