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 2.0시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조진상 동신대 교수 (전국지방분권협의회 공동의장)
 

32년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었다. 올해 말부터 새 지방자치법이 적용된다. 자치경찰도 올해 6월 전면 도입된다. 자치·분권분야에서 큰 변화가 있는 것이다. 혹자는 자치분권 2.0 시대가 도래되었다고도 말한다.

그간의 입법 과정을 잠깐 살펴 보겠다. 지방자치법은 1949년에 처음 제정되었다. 읍면자치가 있던 시절이다. 5·16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지방자치는 사라졌다. 임명제 도지사·시장·군수가 있던 시절이다. 민주화 운동의 여파로 지방자치법이 1988년 전면 개정되었다. 이 법에 의해 1990년 지방의원선거, 1994년 단체장 선거가 치러졌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지방자치제도는 반쪽 자치였다. 중앙정부에 권한 및 예산의 과도한 편중, 자치단체장 중심의 지방자치를 비롯해 자치입법권 부족, 지방의회의 집행부 예속, 지방의회의 전문성 및 투명성 부족, 단체장과 의회에 대한 주민의 감시·통제기능 부족 등 여러 문제가 있었다.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민주, 자치, 분권에 대한 국민의 높은 열망을 받아 들여 “연방정부에 버금가는 자치분권”, “제2국무회의 도입” 등 대선공약을 채택하였다. 집권후 지방분권개헌을 추진하였으나 무산되었다.

그나마 2018.9. 자치분권종합계획의 국무회의 의결이 있었고 2020.1.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지난 달 마침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보다 진전된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지만 큰 흐름속에서는 자치분권분야에서 지난 30년동안 끌어온 큰 숙제가 해결된 것이다.

개정된 내용중 몇가지를 살펴 보자. 국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해서 보충성을 비롯한 사무배분원칙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조직 운영의 자율성도 확대하였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확보와 함께 윤리특위 설치 의무화와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지방의회의 책임성을 강화하였다. 중앙지방협력회의의 신설 근거를 마련해 지방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중앙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였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의 가장 큰 의의는 주민주권의 선언이라고 본다.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하고 주민조례발안의 청구요건과 절차를 개선하였다. 광주시에서 만명 정도의 온라인/오프라인 서명을 받으면 시민들이 의회에 직접 조례제정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주민소환과 주민감사청구 요건도 다소 완화하였다. 광주시에서 시행하는 어떤 사업에 문제가 있을 경우 300명의 서명을 받으면 주민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읍면동 수준의 풀뿌리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주민자치회 관련 규정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외된 것은 이번 개정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지방자치법의 전면 개정이 지역과 주민의 삶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 올까?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까? 우선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맞추어 관련 조례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필자는 민주시민의 주민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가칭 ‘주민자치아카데미의 설립 및 운영’을 제안한다. 일본의 정치지도자 양성기관인 정경숙이나 독일 각 정당의 민주시민교육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은 공무원교육원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반면에 일반 시민들은 주민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기관이 없다. 공무원이 전문적인 교육을 필요로 하듯이 주민들도 체계적인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주민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 시행하고 있는 여러 주민참여 프로그램들을 확대 시행할 필요도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활용 확대, 주민자치회의 효과적 운영, 마을공동체활성화·사회적 경제 활성화 프로그램의 확대 시행들이 좋은 예다.

주민직접발안제도의 적극 활용과 함께 주민감사청구나 주민소환을 통한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감시·견제의 강화도 필요하다. 가만히 있는데 밥먹여 줄 리 없다. 주민자치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학습되고 조직화된 시민그룹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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