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51)천생연분
<제4화>기생 소백주 (51)천생연분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땀범벅이 된 둘은 날숨을 토하고 어둠 속에 앉아 자리끼로 윗목에 놓아둔 물을 벌컥벌컥 번갈아가며 들이켰다. 그리고는 이불속에 들어 서로를 끌어안고 누웠다.

“서방님은 어디서 사시는 분이기에 이제야 나타나신 건가요?”

소백주가 김선비의 품에 안겨 속삭였다.

“부인, 내 고향은 경상도 상주지요.”

“그래요. 그런데 이 먼 수원 땅을 어떻게 해서 오시게 되었나요?”

하룻밤 수많은 격정의 순간이 지나가고 이제야 비로소 김선비의 신상이 궁금하였던지 소백주는 지나온 내력을 묻는 것이었다.

“으음!...... 내 본시 글 읽는 서생으로 과거에 급제하기 위하여 수많은 세월을 공부에만 전념하였지요. 그런데 과거를 보는 족족 낙방하여 더 이상 세월을 보낼 수도 없고 하여 먼 친척인 지체 높은 이정승에게 부탁하여 벼슬을 사보려고 집안의 가산을 다 팔아 삼천 냥을 갖다 바치고 삼 년을 기다렸지요. 그러나 삼년이 지나가도록 아무런 벼슬자리 하나 주지를 않고 급기야 상주 고향땅에서 늙은 노모와 처자식이 굶어 죽는다하기에 더 이상 그 집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몇 냥 노자라도 얻어 고향에 가려했으나 노자 한 푼 주지 않아 걸어서 점심도 굶고 오다가 수원에 당도하여 그대의 방을 보고 너무나 배가 고파서 술이나 한잔 얻어먹고 허기나 면하고 가려다가 이렇게 된 것이지요.”

김선비는 지나온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숨김없이 말했다.

“서방님, 그러셨군요. 그러시다면 아무 걱정 마시고 이곳에서 지내셔요.”

그렇게 말하며 소백주는 다시 김선비의 넓은 가슴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젊은 여인의 부드럽고 뜨거운 손길이 닿자 김선비는 다시 불끈 몸이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김선비는 소백주를 살그머니 꼭 끌어안아주었다.

“서방님과 저는 천생연분(天生緣分)인가 봅니다. 서방님의 손길 닿는 곳마다 내 몸 구석구석 마구 꽃이 피어나고 봄 불이 번집니다.”

“어허! 그러신가요. 부인! 나도 그대를 만나 이렇게 허기를 면하고 조선에서도 최고로 소문난 여인을 내 품에 안게 되었으니 참으로 기쁘기 한량이 없군요.”

김선비는 소백주의 몸을 어루만지며 몸 위로 또 다시 나는 듯이 벌떡 오르는 것이었다. 남녀 관계란 것이 처음이 어려운 것이지 그 벽을 넘어 한번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되면 쉬이 넘나들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김선비와 소백주는 그 궁합이라는 것이 딱 맞는 천생연분이라서 그랬을까? 절구와 절굿공이처럼 서로의 마음과 몸이 마치 한 몸처럼 서로 잘 융합되고 화음이 교묘하게 딱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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