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호시우보 우보만리(虎視牛步 牛步萬里)’ ‘우보천리 우답불파(牛步千里 牛踏不破)’ 자세를 견지하자
 

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의 포부와 계획, 목표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인용한 신년사가 넘쳐난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정치인, 기업인 등이 저마다 올 1년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결의가 다져져 있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으로 소띠 해이다 보니 신년사에 소와 관련된 사자성어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다짐이 가장 눈에 띈다. 이는 모두가 어려운 상황임을 말해준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하자’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을,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끝까지 인내하고 노력하면 뜻을 이룬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를 신년사에서 인용했다.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신축년 의정목표 사자성어를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극세척도(克世拓道)를, 김한종 전남도의회 의장은 ‘위기를 넘기면 희망이 온다’는 운외창천(雲外蒼天)을 선정했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은 ‘우직한 소의 느린 걸음이지만 뚜벅뚜벅 천리를 간다’는 우보천리(牛步千里)를, 정병석 전남대학교 총장은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신축년 신년 화두로 정해 모두가 지혜와 역량을 한데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갈 것을 호소했다.

광주·전남 주요 인사들이 밝힌 신년사는 하나 같이 금과옥조(金科玉條·금이나 옥처럼 귀중히 여겨 아끼고 받들어야 할 규범)와도 같은 좋은 말이고, 지역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 선출직들의 신년사는 그 어느 때보다 새롭게 도약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4년 임기의 후반기에 접어드는 때라 선거 공약을 중간점검 해야 하고 서서히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건 실행이다. 이들이 말한 대로 실천만 된다면 지역민들로서는 그보다 좋은 게 없다. 그러나 상황 파악이 누구보다 빠른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올 1년 역시 쉽게 극복하기 힘든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할 만큼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난관이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기 때문에 구두선(口頭禪·행동이 따르지 않는 실속 없는 말)으로 그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은 성인남녀 총 1천186명을 대상으로 ‘2021년, 본인이 바라는 새해 소망과 가까운 사자성어’를 조사한 결과 1위에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가 선정됐다고 한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 난국을 꼭 버티어 이겨내면 웃는 날이 곧 오리라는 긍정적인 새해 소망이 전해진다.

2위는 ‘아무 생각이나 걱정이 없음’이라는 무사무려(無思無慮)가 차지했다.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고픈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됐다. 3위에는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 꼽혔다. 고진감래와 같이 ‘현재 본인이 처한 위기를 기회로 바꿔 원하는 일을 이뤄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더욱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4·5위에는 ‘모든 일이 뜻대로 잘 풀린다’는 만사형통(萬事亨通)과 ‘일이 뜻대로 잘됨’을 이르는 마고소양(麻姑搔痒)이 뽑히며 ‘한 해간 모든 일이 뜻대로 되길 바란다’는 염원을 보였다. 이어 ‘어려움이 있더라도 예정대로 밀고 나간다’는 역풍장범(逆風張帆)이 6위에 올랐다.

신년 사자성어는 올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자 역량을 모아야 할 대상이다. 내일의 희망을 찾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새해 우리의 각오와 다짐 또한 여기서 비롯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극복하면서 새로운 미래로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

소와 관련된 사자성어로 글을 마무리지으려 한다. 각계각층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호랑이처럼 예리하고 무섭게 살펴보며 소처럼 우직한 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호시우보 우보만리(虎視牛步 牛步萬里)와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겠다는 꿋꿋한 마음과 소가 밟아도 깨지지 않는 반석 의지로 살겠다’는 우보천리 우답불파(牛步千里 牛踏不破)의 자세로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천지방궐 우출유혈(天之方蹶 牛出有穴)이라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그에 대한 해결책은 생기기 마련이고 어떠한 곤경 중에도 희망은 있는 것이니 낙심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러면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과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을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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