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될 시간을 주자.

김용표(전 백제고등학교 교장)

코로나19 이전의 이야기다. 중고등학교의 교실 안에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소위 명당자리가 있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창가 쪽으로 뒤에서 두세 번째 좌석이다. 그러나 이런 자리는 대부분 한두 명의 아이들이 독차지한다. 그리고 그 자리 주변은 수업과 상관없이 개인적 모바일 활동이 진행된다. 담임선생님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좌석 배정의 룰을 바꾼다. 처음에는 다수의 학생들이 선생님의 공정한 처사를 지지한다. 그러나 새로운 룰로 인해 금세 다른 문제가 생기고 다시 룰을 바꾼다. 그렇게 룰 바꾸기를 25차례나 시도한다. 자,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을 신뢰할까? 여기까지만 읽어도 무슨 말인지 짐작하실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양치기 목동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 아무리 정부가 진심을 담아 외쳐도 믿어주는 이가 없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루카스 비판(Lucas critique)도 간과한 것 같다. 루카스 비판이란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이 발표되면 똑똑한 대중들은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하여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21C 현대 민주주의에 새로운 믿음이 나타나고 있다. 모든 문제를 정부가 다 해결해줘야 한다는 믿음이다.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부가 과연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정책의 효용이 확실하지 않다면 잠자코 시장의 본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너무 많이 국민의 시장 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유용한 것도 아니고 유능한 것도 아니다. 정부는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만 심판관의 역할을 하면 된다. 그것이 원래 법의 역할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부동산과 교육에 관한한 한국인의 대응능력은 인류 최강이다. 상황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것도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 보아야 한다.

시장은 어차피 늘 스스로 변하기 마련이고 나라 별로 시장의 특성과 문화도 다르기 마련이다. 한 시스템의 자생적 해결능력은 한두 가지 지표로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압축적 성장에 따른 특징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꼭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그것도 단 시간에 해결하려고 한다. 시장의 손이 스스로 해결할 일을 정부가 미친 듯이 달겨드니 사단이 나는 것이다. 부동산과 교육에 관한한 무언가 잘해보고자 고군분투하는 정부의 선의가 안타까울 뿐이다.

인간의 탐욕은 규제로 막아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금지된 것을 금지하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인가? 아니다. 사람은 금지할수록 더 초조해 하고 더 갈망한다. 이제까지 몇 십 년 동안 수백 번의 부동산대책이 발표 되었고 그 이후 언제나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였다. 시장의 왜곡이 더 심해진 것이다. 이제 부모의 도움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