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목포대도서문화연구원 공동기획 = 전남 희망 아이콘 ‘섬·바다’이야기
<4 > 분리에서 연결로, 섬과 다리

2000년대 들어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연도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그동안 섬은 소외 고립의 대명사로 불리었지만 연륙연도사업으로 섬 생활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섬 사회의 공동체 붕괴를 가져왔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여수 돌산대교 야경 모습. 여수/위직량 기자 jrwie@hanmail.net

육지와 섬 하나로 연결 ‘연륙·연도교’ 사업 활발
2000년대 이후 규모·숫자 급증 ‘소외감’해결
전남 여수·신안·고흥·완도 등 전체 50% 점유
교통 등 편리함 불구 ‘섬 공동체’ 붕괴 가져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고립된 환경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섬 사회에 변화가 일고 있다.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세상은 소위 연륙교라는 다리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면서 사실상 육지가 된다. 그 이후에는 선박보다 편리한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 및 물류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섬 지역의 많은 부분에서 지금과 다른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륙교는 부산에 놓인 ‘영도다리’라고 불리는 영도대교이다. 일제강점기 1934년에 다리를 놓았다. 그 이후 1969년 강화교, 1970년 안면 연륙교 등 꾸준히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연륙·연도교 건설사업은 국토 전체의 교통체계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며, 2000년대 들어 그 규모 또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유인도서 462개 중 55개의 연륙교가 건설되었다. 섬과 섬을 잇는 연도교까지 합하면, 111개의 다리가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연결하여 사람과 물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전국 65%의 섬을 보유한 전남에는 전체 111개의 연륙·연도교 중 59개소(연도교 31개, 연륙교 28)가 건설되었고, 현재도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시·군별로는 여수시와 신안군이 각각 19개, 고흥군이 9개, 완도군이 8개 등 4개 시·군에서만 55개소로 전체 50%를 차지하고 있다.
 

육지에서 공간적으로 소외된 섬 사람들은 의료나 교육, 문화 등 섬 생활의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제공받는 것을 원한다. ‘걸어서 섬을 건너는 게 소원’이라는 섬 사람들의 간절함에서 섬에서의 다리의 역할이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크게 느끼는지를 알 수 있다. 응급 환자가 생기면 헬기를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육지와 이어지는 다리는 섬이 상징하는 ‘고립’을 해소하는 완벽한 해결책이 된다.

게다가, 육지와 이어진 다리를 통해 유입되는 외부 사람들은 한정된 경제자원에 기대어 살아가는 섬 경제의 희망이기도 하다. 또한 농촌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문제로 고민이 깊어가는 섬 주민들에겐 육지로 나간 자식들이 그 이어진 다리로 돌아올 기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섬 사람들의 이러한 꿈과 소망은 현실에서는 달리 진행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연륙교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일본에서의 경험을 보면, 연륙교 건설이 섬 사회 전체에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지 않고 섬 사회의 존속에 위험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섬 지역은 과거부터 배와 항구를 기점으로 바다생활체계가 섬 사회 구석구석에 널리 퍼져 주민들간의 관계도 이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개방성뿐만 아니라, 온존성(溫存性)도 갖는 섬 사회에는 때때로 세대 차이나 낡은 관습, 사회적 제약이 있다. 섬 사람들은 일정한 가치 기준에 따라 섬에서 살아가는 지혜 또는 오랜 시간 동안 축척된 전통과 문화가 그 섬 고유의 사회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연륙교의 건설은 이들의 관계를 해체하게 만들고, 섬 사회의 붕괴를 일으킨다. 어느 시대나 섬에서는 끊임없이 사람의 왕래가 반복되었지만, 그 구축된 섬 사회가 일단 붕괴하면 대체가 되지 않고, 개인의 존재 또한 소멸하고 있음은 역사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본래, 섬에 내재하는 논리에 근거해 존속하고 있어야 할 섬 사회의 모습은 연륙교 건설 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의 존재와 안전을 보장하던 섬 사회의 필수적인 존립 기반이 급속히 상실된다. 이 연륙교 건설이라는 하나의 섬 발전은 섬 사회에 있어서 오히려 쇠퇴를 앞당기고 섬 본래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는 반대로 육지화를 재촉하였다.

그렇지만, 연륙·연도교 개통으로 섬 주민들의 삶과 섬의 경제적 여건 및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부와의 이동수단이 선박에서 차량으로 변화되는 교통의 획기적 변화만큼 빠르게 섬을 바꾸어 나간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겠지만, 연륙·연도교의 건설에 앞서 섬만이 가진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 즉 섬의 존재론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글/박성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정리/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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