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처럼 무서운 육질로 무장한 애벌레
샬레에 담긴 녀석 4일 이후부터 육질 도드라져
노란색 무늬도 붉은 색으로 변화…식욕도 왕성
톱날 모양 육질 점차 없어지면서 번데기로 바뀌어
좁은 샬레 탓에 우화 뒤 심한 날개짓 ‘상처투성이’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9 > 멋쟁이재주나방

 

사진-1 멋쟁이재주나방애벌레(2018년 7월 3일, 제 2수원지)
사진-2 멋쟁이재주나방애벨러(2018년 7월 16일, 동천동)
사진-3 멋쟁이재주나방애벨레(2018년 7월 16일, 동천동)
사진-4 멋쟁이재주나방(2018년 8월 4일, 동천동)

애벌레들을 관찰하다보면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알수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랫동안 터득한 결과일 것이다.

2018년 7월 3일, 제2수원지에서 용추폭포 가는 길에서 특이한 녀석을 만났다. 유충의 머리는 작고 주로 가슴에 묻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배 마디마다 윗면에 넓은 톱날 모양의 육질이 솟아 있어 공룡같아 보인다. 아직 어린 녀석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무서워 보이지는 않는다. 충분한 먹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샬레에 담는다.

먹이식물은 느릅나무과의 난티나무인데 녀석은 같은 과의 나무인 시무나무에서 발견하였다. 처음 봤을땐 가슴 위 두 마디에만 육질이 생겼었는데 4일이 지나니 전체에 제법 육질이 근사하게 보인다. 숨구멍을 따라 있는 노란색의 무늬도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해간다.

사육할 때 다른 녀석들은 먹이를 새로 주면 한참이 지나야 먹는데 이 녀석은 맛있게 잘도 먹는다. 습도 유지를 위해 화장지에 적당히 물을 적셔 넣어주는데 배설물이 많아 자주 갈아주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어 세균에 감염될수 있으므로 각별히 신경쓰지않으면 안된다. 아침 저녁으로 먹이를 갈아주는데 녀석들도 스트레스를 받는가 보다. 그래도 잘 먹으니 참 고맙다.

십여일이 지나자 완연한 종령의 모습이다. 각 마디 봉우리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생기고 색깔도 붉은 색이다. 숨구멍 아래도 붉은 색으로 변하고 다리도 붉은색이다.

정말 공룡같아 보인다. 번데기가 되기위해 열심히 먹으며 몸집을 불린다.

2018년 7월 16일, 통통하게 몸집을 불린 녀석의 배마디 윗면의 톱날 모양의 육질이 점차 없어진다. 번데기가 되려는 모양이다.

서둘러 샬레에 흙을 넣어준다. 한참을 빙빙 돌더니 천천히 흙속으로 들어간다. 흙속에서 번데기가 될 것이다. 번데기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지만 참기로 한다. 한 마리밖에 없는데 실패가 두려워서다.

도감에는 이듬해 4월 우화한다고 되어 있다. 그때까지 잘 관리해야할텐데 걱정이다. 해를 넘겨 우화하는 녀석들은 습도 유지 등 관리를 잘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육을 하지않는 편이다. 어른벌레를 꼭 봐야 하는 경우는 사육한다. 아직은 실력이 일천하여 성공 확률은 별로지만.

2018년 8월 4일, 새벽에 사육통을 보니 반가운 녀석이 보인다.

내년 4월에나 우화할줄 알았는데 멋진 녀석이 날개짓을 하고 있다. 멋쟁이재주나방이다.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 날개 앞 쪽의 갈색 무늬아래에 흰색줄이 있고 둥근 무늬가 달린듯하다. 더듬이의 빗살무늬도 선명하게 보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화하여 날개를 다 말린후 심한 날개짓으로 날개가 많이 상해 있었다. 좁은 샬레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때가 제일 마음이 아프다. 좋은 사진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한 날개로 살아가야 하는 녀석이 안쓰러워서다. 날 만나지 않았다면 이곳으로 강제이주 당하지도, 날개가 상하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

나방애벌레 도감을 보면 애벌레는 8 ~ 9월 유충시기를 보내고 번데기가 된 후 이듬해 4월 우화한다고 되어 있는데 채집장소가 내설악이다. 기후탓인지 아님 일년에 두 번 출현하는지는 더 연구해봐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 / 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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