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스페셜-이 겨울, 따뜻한 산이 부른다 -강진 월출산-

■남도문화 답사 1번지 기착지
따뜻하고 소박한 문화·자연 가득
‘밝고 따스한’ 강진 쪽 자락서
일상 속 지친 몸·마음 ‘힐링’
따뜻하고 소박한 정취들 가득
지역대표 언택트 관광지 각광

아름다운 자연경관·문화자원 …남도 향토적 정서 골고루 조화

월남사지 삼층석탑과 월출산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사지 삼층석탑과 남도 명산 월출산의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월남사지 삼층석탑은 보물 제298호로 고려시대에 조성된 백제계열의 석조 불탑이다. /임문철 기자

‘남도답사 1번지’ 전남 강진군은 물컵을 엎어놓은 모양이다. 가운데가 강진만이고, 그 위쪽에는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이 자리하고 있다.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수석 전시장을 연상케 하는 월출산은 흔히 영암군에 위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강진과 영암의 경계에 있다. 영암 어디에서든지 우뚝 솟은 바위산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인식이 심어졌을 터다. 게다가 월출산이 가수 하춘화의 ‘영암아리랑’에 등장한 것도 한몫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달 뜨는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유수한 문화자원, 남도의 향토적 정서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빼어난 경관은 일찍이 고산 윤선도를 비롯 서거정과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 등 수많은 선비들이 시로 칭송했다. 영암 쪽의 월출산이 차갑고 무겁다면 강진 쪽의 월출산 자락은 밝고 따스하다고 한다. 위치상 강진 월출산이 남쪽을 향한 까닭이다.

그래서일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저자인 유홍준 교수는 ‘남도답사 일번지의 첫 기착지’로 꼽은 강진쪽 월출산 자락에 있는 무위사를 꼽았다. 강진 월출산에는 무위사 외에 ‘시크릿 가든’으로 불리는 백운동 별서정원, 폐사터인 월남사지, 강진 다원 등이 자리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여행지가 주목받는 시기에 한적한 기분으로 남도 특유의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곳들이다. 이 계절에만 만나볼 수 있는 풍경, 하얀 겨울옷을 입어 눈부신 자태를 뽐내는 강진 월출산에서 일상 속 지친 심신을 달래보자

강진 무위사는 ‘남도답사 1번지’를 가장 멋지게 장식하는 유적이다. 극락보전의 처마와 단청, 배흘림기둥과 노란색 단청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세상에는 이처럼 소담하고, 한적하고, 검소하고, 질박한 아름다움도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곤 한다. 더욱이 그 소박함은 가난의 미가 아니라 단아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라고 말했다. /임문철 기자

◇‘천년고찰’무위사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무위사’는 번잡하지 않고 소박한 사찰이다. 온화한 산세에 둘러싸여 있어 분위기가 아늑하고 평화롭다. 하지만 기도 도량으로 이름나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편이다.

무위사에는 목조 극락보전(極樂寶殿)을 중심으로 여러 단층 건물이 오밀조밀하게 배치돼 있다. 원효대사 혹은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정확한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보 13호인 무위사 극락전은 조선 초 건축양식으로 맞배지붕으로 안정감을 주는 건축물이다. /임문철 기자

무위사의 백미는 국보 13호로 지정된 극락보전이다. 1430년 세종 12년 지어진 무위사 극락보전은 세종이 조선 태조와 태종에 의해 희생된 고려 왕조와 충신들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하기 위해 건축됐다.

무위사 극락보전의 특징은 경북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비교하면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지붕의 처마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무위사 극락보전은 직선으로 돼 있다. 전반적으로 간결하면서도 균형을 갖췄다.

극락보전이 역사적으로 가치를 지닌 이유는 또 있다.

극락보전에 그려진 벽화가 바로 그것이다. 법당이 완성된 뒤 노거사가 찾아와 49일 동안 칩거하며 28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지고 있다. 불상 뒤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보존각에 안치돼 있다.

백원동 원림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문화를 교류하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며 정약용과 초의선사, 이시헌 등이 차를 만들고 전해주며 즐겨온 기록이 있는 등 우리나라 차 문화의 산실이다. /임문철 기자

◇‘시크릿 가든’백운동 별서정원

월출산 옥판봉 남쪽 기슭 계곡인 백운동에는 호남의 3대 정원으로 불리는 별서(別墅) 정원이 속세에서 벗어난 은둔자처럼 자리하고 있다.

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1627∼1701)가 계곡 옆 바위에 백운동(白雲洞)이라고 새기고 자연과 인공이 균형 잡힌 정원을 세웠다. 백운동에는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올라가는 마을’이라는 뜻이 감겼다.

안뜰에는 시냇물을 끌어들여 만든 유상곡수(流觴曲水) 흔적이 있고, 민가에서는 보기 드문 화계(花階·꽃계단)도 존재한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15호가 된 백운동은 많은 조선 문인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진으로 유배 온 다산 정약용은 1812년 이곳을 다녀간 뒤 백운동 12승사(勝事)를 노래한 시문을 담아 ‘백운첩’을 남겼다.

백운첩에는 제자 초의선사가 그린 ‘백운동도’도 수록했는데, 현재 정원은 이를 바탕으로 복원됐다.

다산은 옥판봉의 상쾌한 기운, 별서로 접어드는 양편 동백나무 군락이 드리운 그늘, 집 둘레 매화나무가 뿜어내는 향기 등을 백운동 12승사로 꼽았다.
 

설록차를 만드는 ㈜태평양의 첫 재배지이기도 한 강진다원은 백운동별서정원의 후손인 이한영씨가 광복 이전부터 국내 최초의 녹차 제품인 ‘백운옥판차’를 생산하던 차밭이다. /임문철 기자

◇강진다원

좋은 차는 명산(名山)에서 나온다고 한다. 강진다원은 월출산 아래 조성된 넓은 차밭이다.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친 월출산에서는 예부터 여러 사찰을 중심으로 차나무가 재배됐다. 정약용도 월출산에서 경작되는 차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하지만 광복과 전쟁을 거치면서 차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 다원의 명맥이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현재 약 30만㎡ 규모의 다원은 장원산업이 1980년대 산기슭을 개간해 일군 것이다. 전체 차밭 중 80%는 일본 품종인 야부키타종이, 20%는 재래종이 재배된다. 향이 강하고 떫은맛이 적은 게 강진 차의 특징이다.

차밭은 연둣빛 새순이 돋는 4∼5월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모진 바람을 이겨내고 짙은 초록빛을 선사하는 겨울의 차밭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월남사지 삼층석탑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보물 제313호 진각국사비. /임문철 기자

◇월남사지

월출산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월출산 남쪽 자락의 월남사지(月南寺址)다.

특히 지난해 월남사지에 있는 보물 제298호인 삼층석탑이 해체된 지 3년 만에 온전히 복원됐다.

2017년 4월 해체를 시작한 이후 2019년 말 석탑 상륜부까지 조립을 완료했으며 안정화 모니터링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복원한 석탑의 모습을 일반인에게 선보이고 있다.

월남사지 삼층석탑은 높이 8.4m로 백제계 양식의 조적식 석탑이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제9호)과 비교할 수 있고, 지역의 대표적인 백제계 석탑이다. 최근 발굴조사 결과 백제기와가 발견돼 전남 최초의 백제 사찰로 재조명되고 있다.

삼층석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물 제313호 진각국사비도 자리하고 있다.

이 석비는 진각스님을 추모하기 위해 당대의 저명한 유학자 이규보(1168-1241)가 비문을 지은 높이 3.58m의 비로 석탑과 같은 시기에 보물로 지정됐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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