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과 함께하는 어깨동무
형광석(목포과학대 교수·전남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코로나19가 온 세상 모두의 친구(?) 행세를 한 지 1년이 더 떠나갔다. 어렵사리 겨우겨우 하루하루 참고 견디는 삶의 연속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배달노동자, 자영업자의 아우성은 소리로 다가오지 않는다. 대응책 논의는 분분하나 아직 제도화는 저만큼이다. 재원을 자발성과 기부를 전제한 ‘이익 공유제’로 확보해보자는 논의가 열매를 맺을까? 지지하는 분위기보다는 반발의 기류가 더 강해 보인다. ‘재난 연대세’와 같은 세금을 거두어보자는 의견엔 맞장구치는 소리가 없다. 보상이든 지원이든 제도가 만들어져도 얼마만큼 포괄할지 모호하다. 상당한 세월을 각자도생할 텐데, 남은 체력은 얼마일까? 조만간 바닥이 드러날까? 우려스럽다.

소리 없는 아우성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농인의 세계에서는 현실이다. 수년 전 수어 통역 봉사를 하는 학생이 도움을 주는 농인의 모임에서 실감했다. 넓지 않은 공간에 여남은 명의 농인이 서로 치열한 삶의 현장에 관해 이야기하느라 열중했다. 정말 고요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그래도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웃음기 띤 얼굴이었다.

농인은 코로나19 상항을 어떻게 헤쳐 나아갈까? 장애인과 그의 가족은 어떻게 지낼까?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중증)장애인은 출근하여 노동할까? 장애인 생산품은 잘 팔릴까?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마음을 두지 않으면, 봐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나는 사회복지학과 2학년 학생에게 매년 3월 초에 물어본다. 거리를 산책하면서 사회복지시설이 눈에 잘 들어오는가? 1학년 학생은 목포역에서 목포 버스 터미널까지 이어지는 간선도로의 인근에 자리 잡은 사회복지시설의 존재를 거의 알지 못한다.

자기가 사는 동네 주변의 사회복지시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1년이 지나면 앞선 그런 질문에 잘 응답한다. 이는 사회복지학과에서 1년을 보내면서 ‘사회복지’가 마음에 똬리를 틀었다는 방증이다. 1년을 투자한 덕택이다. 이는 학생이 사회복지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사람과 어깨동무를 해보겠다는 마음이 일어났다는 뜻으로 봐도 괜찮겠다.

지난 18일에 ‘전남 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의 운영위원회에 참석했다. 회의 내용 중 장애인생산품의 2020년 매출이 2019년 대비 25.7% 상승했다는 사항이 눈에 확 들어왔다. 코로나19 상황인지라 전년도 수준의 매출만 유지해도 좋은 성과인데, 그만큼이나 상승한 배경이 궁금하지 않은가? 자체 진단은 이렇다.

첫째, 전남도청 장애인복지과의 노력이 많았다. 장애인복지과에서는 관련 기관에 공문을 보내 장애인생산품 구매를 요청했고, 도비를 추가로 확보하였다. 둘째, 코로나19 상황이 오히려 매출 상승에 기여했다. 마스크와 소독용품과 같은 방역 물품의 구매가 늘었다. 셋째, 우선구매 대상 공공기관의 참여가 예년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그 기관의 중증장애인생산품에 대한 구매 의지가 투철했고, 실제로 구입이 늘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제도’(근거: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는 일반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에서 만드는 제품, 용역·서비스에 대하여 공공기관이 연간 총구매액의 1% 이상의 구매를 의무로 하여 장애인의 일자리창출과 소득보장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노년에는 대체로 3대 장애에 부딪힌다. 시각장애, 보행장애, 청각장애. 현재 뚜렷한 장애가 없는 사람도 머지않은 장래에 장애인으로 전환한다. 도중에 아무런 사고를 당하지 않아도 그러함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 모두 (준)장애인이다.

내가 만나본 (중증)장애인의 대다수는 자립의지가 강하다. 어떻게 격려할까? 거창하지 않다. 중증장애인생산품을 사서 써보자. 이는 장애인, 그의 부모 형제자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관계자 등과 함께하는 어깨동무이다. 전라남도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의 누리집에 우선 접속해보길 기대한다. 양질의 판매상품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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