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완도군 백신입찰 진실공방은
영세 의약품 도매업체 죽이기 나선 완도군에 비난 ‘봇물’
계약까지 해 놓고선 ‘약 마음에 안든다’ 딴지
일방적 계약 해지 후 항의하자 부정당업자 낙인
완도군 “법 절차 대로 하면 된다” 해명 논란 가중

완도군보건의료원 전경.

전남 완도군이 대상포진 백신 입찰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상 하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지역 한 중소 의약품유통업체를 상대로 소위 ‘혼내기(?)’에 나서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입찰과정에서 나온 여러 잡음과 논란들에 대한 근본책임은 입찰을 주도한 완도군이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음에도 도리어 힘없는 업체 흔들기에만 급급한 모양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갈등의 골 시작

완도군(완도군보건의료원)과 A의약품도매업체(이하 A업체)와 갈등은 지난 2019년 4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총 5차에 걸쳐 대상포진 백신 공급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는데 이때는 완도군이 한창 2차 입찰을 진행하는 시기였다.

대상포진에 사용되는 백신은 크게 국가 출하 승인 제품인 ‘스카이조스터’,‘조스타박스’ 등 2가지다. 당시 스카이조스터는 국내 제조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사가, 조스타박스는 녹십자가 제조사인 MSD사(미국 본사임)로부터 넘겨받아 국내에 유통하고 있었다.

국내 백신 유통 구조 시스템은 크게 생산 제조사로부터 의약품유통도매업체가 공급받아 병원, 약국, 각 지자체 등에 제공하는 구조다.

지자체는 의약품 유통허가가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입찰을 진행하고 ‘구입품목’, ‘수량’,‘단가’ 등 기준을 적용한 뒤 이를 충족한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한다.

완도군은 여러 조건들을 살펴본 뒤 스카이조스터 백신을 취급하는 A업체를 2차 입찰 낙찰자로 선정하고 공급 계약까지 마무리 했다. 하지만 계약 이후 완도군은 돌연 스카이조스터 백신이 자신들이 원하는 백신(조스타박스)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약을 중도 파기했다. 이미 4천 400만원 상당의 백신을 구매한 상황에서 A업체는 크게 반발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행정 처분이었다.
 

완도군보건의료원에서 한 어린이가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완도군 제공

◇이상한 입찰과정들

A업체는 이러한 상황들이 이미 예견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1차 입찰때부터 기미가 보였다는 것.

실제 1차 입찰 과정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여럿 눈에 띈다. 관공서 입찰은 보통 경쟁 입찰이 원칙임에도 완도군은 구입품목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0.65㎖ ’ 즉 조스타박스 백신을 의미하는 품목을 규격만 표시해 단독 지명 입찰 방식으로 공고를 냈다.

일반적으로 수의계약에 가까운 단독지명 입찰은 과거 신종플루 혹은 현재 코로나처럼 국가 위기 상황이거나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긴급을 요할 만큼의 약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완도군이 내세운 입찰 조건은 일반적이진 않다는 것이 관련 업계 목소리다.

이는 엄연히 ‘지방계약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완도군이 특정업체의 특정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일종의 꼼수를 부린 것이란 눈초리를 받는 이유가 됐다.

A업체를 비롯해 몇몇 업체들은 같은 이유로 완도군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후 무려 4차례나 입찰 공고 조건이 수정된 끝에 0.65㎖(조스타박스 규격), 0.5ml(스카이조스터 규격) 두가지 제품이 포함된 입찰이 진행됐다.

이후 결과론적으로 1차 입찰에서 0.65㎖(조스타박스)를 취급하는 타 업체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A업체가 2차 입찰에서 완도군과 계약까지 체결했음에도 자신들이 원치 않은 백신이라며 계약을 파기한 것과 교묘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논란의 불씨 모락모락

이번 사태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것은 보통의 백신관련 입찰에선 적용하지 않는 조건들을 완도군만 제시한 탓도 컸다. 입찰 조건에서 살펴보면 완도군은 진료환경연구데이터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진료환경연구데이터는 조스타박스 백신의 효능을 소개하기 위한 해외 연구 자료일 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내 기관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적으로 없는 자료를 객관화할 것을 요구한 꼴이다.

특히 완도군은 백신 제조사와 백신 종류 등을 알 수 있는 제조사 공급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 A업체가 계약과정에서 이를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바꿔말해 완도군은 자신들이 원하는 백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때 이미 알고 있었고 얼마든지 계약 중단 혹은 취소도 가능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며칠 후 완도군은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특정 계약자(공급자)는 수요기관에서 요구하는 제품과 수량을 납품하여야 한다”는 여타 입찰에선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입찰 조건을 이유로 A업체와의 계약을 일방 파기했던 것이다.

이에 A업체가 항의하자 괘씸죄(?)를 적용, 완도군은 A업체를 부정당업자로 규정하는 촌극도 보여줬다. 부정당업자로 확정될 시 최소 5개월이상 전국 어디에서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해 사실상 업체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A업체 관계자는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특정 업체 제품을 쓰려 완도군이 이런저런 요구를 많이 했지만 다 참고 성실히 계약을 완료했다”며 “약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계약을 하지 않으면 그만인데 계약까지 다 해놓고 갑자기 약을 바꿔라 하면 어느 업체가 순순히 따르겠나. 이는 행정기관의 갑질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완도군은 사실과 조금 다르다는 입장이다.

완도군보건의료원 관계자는 “A업체와 계약을 할 때 특정 제품을 제공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간에 제품변경을 요구 하진 않았을 것이다”며 “만약 입찰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진행하면 된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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