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지금도 많이 늦었다

김덕모(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민족의 대명절 설이 다가오는데 여러 가지로 답답하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코로나가 끝나나 했더니 여기저기서 집단 감염이 이어진다. 다섯 명 이상 모일 수 없는 탓에 사람 만나는 것도 조심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뒤쳐진 광주·전남이 느끼는 고통은 더 크다. 주가가 치솟고 집값이 수직상승해도 대다수 지역민들은 남의 나라 얘기나 다름없다. 추운 날씨만큼이나 가슴이 서늘하고 차갑다.

여기에 젊은 층의 인구유출마저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8만 8천명이 주소를 옮겼다. 14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광주에서 6천명이, 전남에서 1만명이 순유출됐다. 20세 이상 29세 미만의 청년들이 가장 많이 떠났다. 광주는 2천700명, 전남은 1만1천명이 주소를 옮겼다. 공룡으로 변한 수도권이 2019년에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더니 얼마나 더 늘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시·도지사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도 치열하다. 제아무리 용을 써도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한 단체장들은 연대와 협력을 넘어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행이 광주·전남도 지난해 11월 초에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하고 앞으로 일정 등을 담은 6개항을 발표했다. 영남에 비해 한참 늦었지만 시·도지사가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에서 광주·전남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한 발짝도 진척되지 못했다. 오히려 뒷걸음치는 모양새다. 엉뚱하게 광주 공군전투비행장과 민간공항 이전 문제가 행정통합의 걸림돌인 양 불똥이 튀었다. 광주시는 둘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전남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전남도의회는 이를 구실로 행정통합 용역비를 전액 삭감했다. 당연히 1월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했던 행정통합 논의는 착수되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는 지역민들은 안타깝다. 한쪽에서는 “비행장 이전도 합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시·도 통합이 되겠냐”하고, 다른 쪽에선 “그러니까 시·도를 통합해야 이런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답답하다 못해 속 터지는 것은 광주·전남이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다른 지역의 단체장들은 한목소리로 연대와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대구·경북은 우리가 금년 1년 동안 하겠다는 기본 구상 용역을 일찌감치 마치고 작년 9월부터 공론화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최소한 우리보다 1년 6개월 이상 빠른 일정이다. 주민투표와 특별법 제정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부터 통합 단체장을 뽑겠다는 로드맵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이른바 부·울·경은 동남권 메가시티로 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의 단체장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은 물론이다. 시·도민들도 광역철도 건설을 비롯한 초광역 협력사업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부산과 경남은 조직 내에 전담 기구를 설치했고, 행안부와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협의에 들어갔다. 3월까지 동남권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대형프로젝트를 발굴해서 5월에 시도지사가 제대로 된 협약을 체결하고 조례를 제정해 지원근거를 마련한다. 그래서 내년 1월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과 함께 광역경제연합을 가동할 계획이다. 특별한 걸림돌이 없다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가만히 있던 충청권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작년 11월에 김종민 국회의원이 충청권 메가시티를 제안하자 대전·세종·충남·충북 4개 시·도지사가 찬성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충청권 행정협의회가 공동으로 2월부터 메가시티 기본구상 연구용역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광주·전남보다 논의가 앞서가게 됐다. 대구·경북과 부·울·경, 충청권 모두 초광역협력사업의 핵심은 대규모 광역철도를 건설해서 지역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 우리도 광주와 나주, 화순은 물론 순천, 여수까지 광역철도 건설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정통합이나 메가시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소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단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추세다. 기왕에 시·도지사가 합의했고 언제 해도 할 일이라면 논의라도 시작해야 한다. 지역정치권이 나서 시도지사를 설득해서 설 이후에는 반드시 행정통합 용역이 시작되도록 해야 한다. 더 미루다간 지역민들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짓는다는 사명감으로 광주시와 전남도는 서둘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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