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의 위기와 타개 방안

최영태(전 전남대학교 인문대학장)
 

전남대학교의 2021년 정시모집 신입생 지원율은 지난해 3.11 대 1에서 2.70 대 1로 떨어졌다. 조선대학교는 지난해 2.78 대 1에서 2.31 대 1로 떨어졌다. 언론들은 이런 하락률의 원인을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에서 찾고 있다.

이런 하락률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예상은 이 지역 중·고등학교 입학예정 숫자가 잘 말해준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2021년 입학예정 고등학생 숫자는 1만803명이다. 지난해 숫자보다 1천147명 감소한 숫자이다. 2021년 중학교 입학예정 숫자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난다. 2021년 중학교 입학예정 학생 숫자는 1만4천319명으로 지난해 숫자보다 1천295명이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전남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전남도교육청의 중·고 입학예정자 감소가 해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매년 평균 1천명 내외에 이르고 있다.

참고로 2021학년도 목포대학교와 호남대학교의 신입생 입학정원은 각각 2천74명과 1천566명이다. 광주시와 전남의 고등학교 입학예정자 감소 숫자 2천여 명은 곧 광주·전남에 소재하는 중간 규모 대학 하나의 입학생 숫자에 해당한다.

저출산율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지만, 역대 정부 모두 뾰쪽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도 없겠지만 설령 내년에 당장 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해도 이미 20여 년 동안 진행된 저출산 현상은 만회할 방법이 없다. 지역 대학은 지금까지는 줄어드는 대입 자원을 외국인 유학생에서 어느 정도 메꾸어 왔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광주·전남에 소재하는 중·소 규모의 대학들은 매년 1개 이상씩 사라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는 양적 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전남대와 조선대의 신입생 입학 경쟁률 저하가 이를 말해준다. 지역의 두뇌집단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이런 문제를 해당 대학만의 위기가 아니라 지역의 주요 현안으로 생각하고 후유증의 최소화 및 대안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시점에서 지역 대학의 위기를 완화할 유일한 방법은 지역 출신 대입 수험생들의 ‘인서울’ 현상을 완화하는 것뿐이다. 물론 이것 역시 절대로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역에 소위 1~2개의 명문대학을 육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특정 대학만 1~2개 지원하면 다른 대학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주제이다. 필자는 지역에 명문대학 1~2개를 육성하는 것은 결코 그 대학에만 이익이 되는 게 아니라고 본다. 예를 들어 광주·전남에서 A라는 지역거점대학이 경쟁력을 높여 수도권에 진학할 수험생 1천명을 끌어안는다고 가정해보자. A 대학에 진학할 1천명은 같은 지역의 B 대학에 진학하고, 다시 B 대학에 진학할 1천명은 C, D, E 대학 등에 진학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 지역의 모든 대학에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국적으로 지역거점대학 1~2개씩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다시 이들 대학을 대학 공동네트워크 속에 묶어 공동학위를 수여하는 것이다. 이들 지역거점대학의 질적 수준은 수도권 소재 중상위권 대학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당연히 많은 재정적 투자가 필요하다. 카이스트나 광주과기원의 사례를 보면 대학이 지방에 소재한다고 수준이 꼭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재정적 투자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지방 소재가 갖는 불리함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지역거점대학 육성에 성과가 나타나면 다음 단계는 서울 소재 중상위권 사립대학 5개 이상을 지역거점대학 중심의 대학 공동네트워크 속에 합류시켜 전국적으로 20~25개의 대학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정부의 재정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방식의 상향식 평준화가 이루어진다면 대입 경쟁에 큰 변화가 올 것이며 궁극적으로 초중등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정치권은 지역 대학의 위기 완화와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지역 대학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매년 2-3조 원의 재정을 추가로 투자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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