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시·도민 기대 한참 밑도는 ‘낙제점’ 광주·전남 국회의원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광주·전남 중진 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면서 지역구 18명 중 13명이 초선으로 포진돼 정치적 중량감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지만 국회 상임위원장이나 정당의 주요 당직 등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역할을 본다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그럴까. 21대 국회에서 지역 의원들의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난해 5월 30일 개원해 이제 겨우 8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속단하긴 이르나 시·도민의 기대에 한참 밑돌고 있다.

국회의원의 가장 본질적인 권한인 법률 제정 및 개정권 행사의 입법 활동 면에서는 한마디로 ‘낙제’ 수준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출범 이후 지난달 8일 1월 임시국회 폐회 때까지 광주·전남 의원 18명은 520건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이 가운데 64건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가결률이 12.3%에 머물렀다. 1명당 평균 28.88건의 법안을 쏟아냈지만 정작 법제화된 것은 평균 3.55건에 그쳤다. 개개인별로는 이형석 의원이 22건을 발의, 8건을 입법화해 가결률 36.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서삼석 의원이 32건에 8건(25%), 서동용 의원이 25건에 6건(24%), 김원이 의원이 40건에 9건(22.5%), 송갑석 의원이 55건에 12건(21.8%)을 각각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나머지 13명의 성적은 너무 초라해 일일이 나열하지 않겠다. 본회의 통과가 3∼0건으로 가결률은 0.2∼0%였다. 특히 지역 현안과 직결된 법안은 5·18 관련 특별법 등 극소수에 그쳐 처리 내용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여론을 의식해 법안만 올려두고선 처리 여부엔 태무심했던 탓이다.

또 광주·전남 의원 18명의 21대 국회 ‘1호 법안’ 중 원안대로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은 한 건도 없다. 그나마 민형배 의원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대안으로 반영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나머지 12건은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며, 법안소위로 넘어가지 못한 것도 3건이나 된다. 2건은 불가피한 이유로 철회됐다.

입법이 고도의 정치적 행위여서 단순히 법안 가결률을 비교해 국회의원 성과를 측정하기 힘들다는 의원들의 항변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은 각자가 입법기관이다. 법을 만들고 고쳐 다듬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이를 소홀히 하는 국회의원들이 정치 활동인들 제대로 할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단 내고 보자’는 식의 실적 쌓기나 인기 영합적인 법안 제출 등은 지양해야 한다. 발의만 하고 보자는 형태의 입법권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 발의 건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법률로 제정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 법이란 개인의 재산권을 침탈하거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역사성에 기반 한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의원들의 질적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의원들의 입법 활동 미비가 중앙당 줄타기 실력이 공천을 좌우하고, 지역민들의 ‘묻지 마’ 식 투표의 결과로 함량 미달 인물들이 대거 국회에 진입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국회의원들이 누릴 것 다 누리고 챙길 것 다 챙기면서도 제 할 일은 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꼬박꼬박 세비는 챙기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후원금도 걷어갔다. 그러면서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본 책무를 망각한 것에 다름 아니다. 입법과 재정·정부통제 등 막중한 임무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뽑아 준 지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4년 임기 초부터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지만, 국회에 가서 뭘 하는지 모를 정도라는 말이 나오면 곤란하다. 초선 의원은 죽어라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1년여 동안 계속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나라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악화 일로를 걷는 취업과 실업 문제 역시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특히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심각하다.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들이 한둘이 아닌데 이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유권자들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적어도 자신의 불명예가 곧 지역의 불명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믿고 뽑아준 지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더는 특권과 정쟁에만 갇혀서는 안 된다. 철저히 국민과 지역 주민의 눈높이에 맞춰 주어진 소임을 다해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 18명 모두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시·도민들의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숙고해서 그제 개회한 2월 임시국회에서 더욱 분발해주기 바란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서로 경쟁한 20대 국회가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더 좋은 정치구도였다”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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