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소 닮아 ‘복 주는 명당’ 맞소
산·섬·마을 등 다양한 설화 담겨있어
풍수지리에 복을 주는 명당으로 여겨져
우산(牛山)·와우(臥牛) 등 지명 많아
전남 지명 204곳 중 신안 25곳 ‘최다’

강진 가우도
전남 대표 관광지인 강진 ‘가우도(駕牛島)’는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에 해당되고 섬 모양이 소의 멍에처럼 생긴 것에서 지명이 유래됐다. 또한 ‘가우’는 가마나 상여 또는 짐수레를 끄는 소를 뜻하는 단어이다. /임문철 기자 5mm@namdonews.com

매번 설이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는 더이상 들을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고향방문이 어려워지면서 고향은 이제 먼나라 이야기다. 문득 아버지가 살았던, 어머니가 자랐던 고향이 궁금해진다. ‘어떤 설화가 담겨있고, 과거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올해는 신축년 소띠 해를 맞아 소와 관련된 지명이 눈길을 끈다. 소는 예로부터 농사일을 도우면서 부와 재산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우직하면서도 근면 성실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의 풍요로움을 바라는 마음으로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의 뒷산이나 섬을 ‘우산(牛山)’, ‘와우(臥牛)’, ‘우도(牛島)’ 등으로 부르는 지명이 많았다. 소가 편안하게 누운 모양과 같은 땅은 풍수지리에서 복을 주는 명당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올해는 신축년 소띠 해다. 소는 예로부터 농사일을 도우면서 부와 재산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우직하면서도 근면 성실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대표적 관광지…강진군·신안군 ‘소’ 지명 많아

전남은 전국에서 소와 관련 지명이 가장 많다. 전국의 소와 관련된 지명 731개 중 204곳이 해당되며, 신안군은 전남도 내 소와 관련된 지명이 최다이다.

전국에서 가장 대표적 여행지로 꼽히는 전남 강진군 가우도는 도암면 망호(望湖)에 속한 강진만의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다. 1789년까지는 대구면에 속하다 뒤에 보암면(現 도암면)에 속했으며 1914년 행정 개편 때 도암면에 속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에 해당되고, 섬의 생김새가 소(牛)의 멍에에 해당 된다며 ‘가우도(駕 멍에가 )’라고 불려진다.

섬에는 약 600여 년 전부터 서쪽 부근에 고씨(高氏) 20여 호가 자리잡고 살다가 떠나갔고, 현재는 경주김씨가 가장 많이 살고 있다. 마을 뒷산 동쪽 중간지점 후박나무 군락지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당(堂)집(서낭당)을 마련하고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 주민들이 제사를 모셔 왔다. 6·25 이후 중단됐지만, 현재도 그 터가 숲속에 붕괴된 채로 흔적으로 남아 있다.

비금면 우세(牛洗)도는 섬에 있는 산의 지형이 소와 비슷해서 우세도라고 이름이 붙혀졌다. /신안군 제공

산 정상 북쪽 8부 능선에 평평한 터가 동서로 200m 있는데 옛날 말 달리던 터로 ‘말달리’라고 불린다. 가우도 주민들이 어린시설 달리기 등을 하며 놀이터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매년 봄이면 마을 어귀 우물가에 마을을 상징하던 수령 500년 이상되던 좀팽 나무 아래에서 풍어(豊漁)를 비는 제사를 드리는 풍습이 있었으나 나무가 고사된 후 지금은 풍습이 사라졌다.

또한 거북형상인 가우도에 석양이면 학(鶴)이 모여들어 해, 산, 구름, 소나무와 함께 거북과 학이 함께 어우러진 십장생(十長生) 마을로 주민들이 장수한다고 알려졌다. 소의 머리라 했던 강진군 보은산 정상 봉우리는 ‘우두봉’이라고 부른다. ‘강진군 마을사’에는 강진군 전체 지형을 누워있는 소, 와우형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진군 뿐 아니라 소와 관련된 지명을 가진 신안군도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안군 도초면의 우이(牛耳)도는 섬의 서쪽 양단에 돌출한 2개의 반도가 소의 귀 모양과 비슷해 이름지어 졌으며 우이도는 동소(東小)우이도와 서소(西小)우위도로 나눠 불려진다.

비금면 우세(牛洗)도는 섬에 있는 산의 지형이 소와 비슷해서, 압해읍 우간(牛干)도는 마을의 모양이 소의 형상이라 해서 지어졌다. 또 임자면 하우(下牛)리는 마을 모양이 소가 내려가는 형국이며, 자은면 와우동(臥牛洞)은 마을의 산형이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라 해서 불린다.

섬 모양이 쇠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자은면 우각(牛角)도. /신안군 제공

소의 부위에 따른 지명도 다양하다. 신의면 우미(牛尾)리는 소꼬리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졌고, 흑산면 예리(曳里)는 마을의 지형이 마치 소가 꼬리를 끌고 다니는 형태라 해서 불렸다. 자은면의 우각(牛角)도는 섬 모양이 쇠뿔처럼 생겨서, 도초면 우도(牛島)는 소의 머리, 안좌면 외우목(外牛目)과 내우목(內牛目)은 소의 눈을 닮았다 해서 지어졌다.

◇소가 누워있는 형상…해남군 우슬치(牛膝峙)

전남 해남에서는 해남읍과 옥천면 경계에 있는 우슬재 원래 명칭이 우사현(于沙峴)이었으나 소가 누운 형상을 띠고 있어 우슬치(牛膝峙)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지금은 재 아래로 해남터널이 지나고 있다.

해남군 우슬치 일대에 있는 마황사 전경.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또 조선시대 해남현감으로 있었던 김서구가 해남 사람들의 기를 꺾기 위해 ‘석 자 석 치씩 깎아 내렸다’는 설화가 전한다.

우슬치에 대한 기록은 1925년 편찬된 해남군지에는 ‘군의 동쪽 10리(약 3.93㎞)에 있다. 즉 금강의 중맥으로 금강 즉 군의 진산인 미암의 상맥이다. 옛날의 관로는 군의 경계인 가치현(加峙峴)이 길의 끝인데 언제 절개했는지 알 수 없다. 고래로 해남에는 고관이 많아 해남현감 김서구가 이를 싫어하여 지술(地術)로서 일길을 장개(創開)해 주맥(主脈)을 절단한 이래, 이로 말미암아 본군이 조폐부진(凋弊不振)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우슬치(牛膝峙)다’고 기록돼 있다.

우슬재(161m)는 만대산과 덕음산을 잇는 고개이다. 해남군에서 우슬재 인근에 동백나무를 식재하여, 겨울에 만개되면 장관을 이룬다.

◇소로 번창한 마을…나주 구축·영암 독천마을

소는 농가의 중요한 자산이었기에 잘 보살펴야 집안이 편안해지고 번창할 수 있었다.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독천마을은 전라남도 영암군 학산면에 속하는 법정리로서 조선 시대 곤이시면(昆二始面) 지역으로, 1914년 행정 구역 통폐합에 의해 산직촌(山直村), 덕수정(德水亭), 벽계동(碧溪洞), 구흥동(九興洞), 영복리(永福里), 광산리(光山里) 지역이 병합돼 개설됐다. 마을의 하천변에 소시장에 크게 열렸기에 송아지 독(犢) 자와 내 천(川) 자를 써서 곤이시면 독천리(犢川里)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영암군 독천마을 독천시장 전경. /영암군 제공

1932년 곤이시면이 학산면으로 이름을 바꿈에 따라 학산면 독천리로 개편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북쪽에 정적산, 계골산이 있고, 마을은 산자락 밑에 형성되어 있다. 망월천이 마을 앞을 휘감고 흐르고 있고, 그 주변으로 넓은 농경지가 형성되어 있다. 동쪽은 서호면 화송리, 서쪽은 삼호읍 서창리, 남쪽은 미암면 채지리, 북쪽은 서호면 청용리·장천리와 접하고 있다.

전남 나주시 노안면 구정리 ‘구축(九丑)’마을은 아홉 마리의 소를 기르면서 마을을 발전시켰다는 전설이 유래가 되어 생겨난 지명이다. 또 마을이 뱀의 형상처럼 길다 하여 ‘사리실(巳里室)’이라 하였다가 1914년 행정구역개편 때 구축으로 됐다. 구정리는 장성천이 흐르는 평지에 위치하며 들이넓어 농사가 잘되는 지역이다. 구축마을 옆 구정(九亭)마을은 마을 입구에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다고 해 고정(古亭)이라 하다가정자나무가 총 9그루라 하여 구정(九亭)이라 한다.
중·서부취재본부/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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