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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공짜의 역설

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
공짜의 역설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박준일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히 경쟁적이다. 정부 관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야 정치권이 가장 앞장서고 있다. 정부가 주는 각종 지원금 말고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지원금의 종류도 사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광역시·도와 기초지자체 가릴 것 없이 “재난지원금을 더 주어야 한다”며 한목소리다. 정치가 재난지원금의 볼모가 된 모양새다. 한 유력 대선 주자는 페이스북에서 재정 부담 우려에 대해 “기득권자와 일부 보수언론들이 얼마나 세뇌를 시켜놨는지 세금이나 빚 걱정을 한다”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전국 시·도 광역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최하위인 전남은 상황이 다르다. 전남 22개 시·군의 재정자립도는 14.1%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시 지역은 22.1%지만 나머지 17개 군지역은 평균 9.5%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보성과 완도, 신안은 6%대에 불과하다. 이들 시·군은 자체 재원으로 공무원들 급여도 주기 어렵다.

그런데도 전남도 22개 시·군 가운데 13개 지지체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거나 지급에 나섰다. 시·군 홈페이지 게시판에 인근 시·군을 빗대며 “왜 우리는 안 주냐”는 불만 섞인 글들이 많이 올라오면서 선출직 단체장들의 고민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전남지역 일선 시·군도 과연 다른 타 시·도나 시·군처럼 곳간을 열어젖히며 돈 받아 가라고 할 수 있느냐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한 지자체는 무능한 단체장처럼 비쳐지고 해당 주민들은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4월 광양을 시작으로 순천, 여수, 목포, 나주는 물론 해남, 영암, 고흥, 장성, 구례, 강진, 완도, 보성 등이 자체 재난지원금 지원에 나섰다. 지급액은 여수가 25만 원으로 가장 많고 광양이 20만 원이며 대부분 10만 원이다. 지급 수단은 지역 상품권, 현금, 선불카드 등으로 다양하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를 앞둔 시장·군수들의 선심성 행정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장 4월로 다가온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가늠하는 전초전 성격으로 여야 간 사활을 건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정권 창출의 의미가 크다. 투표일이 가까워지면 갑자기 지지도가 치솟고 역전의 기회마저 제공하는 그 마법의 포퓰리즘을 어떤 정치인이 외면할 수 있겠는가. 선거에는 인기 영합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여권이 10조 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 방식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점상이나 택배 노동자, 폐업한 상인 등 기존 지원대상에서 빠진 사각지대 취약 계층을 포함시켜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말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절반을 넘는 1000조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권은 “선거용이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신중한 집행이 요구된다. 포퓰리즘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후유증은 크다. 지자체들이 재난 상황을 대비해 쌓아둔 재난관리기금을 동원하면서 기금이 바닥나고 있다.

시·군에 따라 수백억 원에서 7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 이는 시·군의 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적은 돈이 아니다. 이러다 시·군이 빚더미에 올라앉고 재정파탄이 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힘들어하는 것은 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재난지원금에 이어 각종 지원금이 넘쳐나면서 정부 정책이 구직 노력보다는 실업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실업급여가 그 예다. 실직 전 6개월 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계약해지, 권고사직 등 근로자가 원치 않는 실직을 했을 경우 받을 수 있다. 지급 기간은 최소 4개월에서 최장 9개월이다. 지급액은 하루 최소 6만 원이다. 한 달에 160만 원을 받는다. 이러다 보니 일부 젊은 층부터 중년 층에 이르기까지 7∼8개월 다니고 4∼5개월은 실업급여를 받고 취업을 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거나 악용되는 사례에 대한 대비책도 요구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편적 복지처럼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포퓰리즘의 비극적 종말을 잊지 말자. 이탈라아와 그리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를 예를 들지 않더라도 1988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외환위기의 악몽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복지정책은 코로나19로 일자리조차 잃은 빈곤층과 실직자.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삶의 막다른 길에 내몰린 그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5월 가구원 수에 따라 최고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필자도 생전 처음으로 국가로부터 공짜 돈을 받아봤다. 그 공짜니, 무상이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낸 세금이다. 그럼에도 공짜 타성에 물들어 무슨 일만 생기면 나라에 손을 벌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가 우리에게 나쁜 습관을 길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라리 필자만의 생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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