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붉은 애벌레 ‘언뜻보면’ 독나방으로 착각
배끝에 돌기…갈고리나방류 특징
광주천에 많은 가래나무가 먹이
앞날개 초등달 무늬·가운데 흰점
가로로 ‘세가닥 줄’ 이름과 연결
먹이 많은 광주천에 터 잡길 기대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24> 세줄꼬마갈고리나방

 

사진-1 가래나무 (2020년 3월 9일, 광주천)
사진-2 가래나무 (2020년 4월 1일, 광주천)
사진-3 세줄꼬마갈고리나방애벌레(2017년 8월 17일, 규봉암)
사진-4 세줄꼬마갈고리나방번데기(2017년 8월 22일, 동천동)
사진-5세줄꼬마갈고리나방(2017년 8월 28일, 동천동)

추운 겨울, 나무들은 활동을 멈춘 것 같지만 새로운 봄을 맞이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녹색 잎은 마지막으로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치장을 한 다음 낙엽이 진다. 잎을 모두 떨군 앙상한 가지는 마치 죽은 나무 같지만 이듬해 봄을 위해 가지마다 겨울 눈을 준비해 놓는다. 나무의 겨울눈은 각자 특이한 형태를 가지는데 이는 사람의 지문과 같아 나무를 구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특이한 겨울 눈을 가진 가래나무도 새순을 틔우며 힘찬 기지개를 켠다. 커다란 잎자국은 염소의 얼굴을 닮은듯하며, 원통형의 맨눈으로 겨울을 나는 겨울 눈은 짧은 갈색털로 덮여 있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이 되면 잎을 내밀고 암,수 꽃눈이 나온다. 무성하게 잎이 자라면 많은 애벌레들이 알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2017년 8월 17일, 화순 도원마을에서 규봉암에 오르는 길목에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여 있어 언뜻 보아서는 독나방류애벌레로 보이는 녀석을 만났다. 가래나무잎 위에 있는 녀석은 배 끝에 돌기가 있다. 갈고리나방애벌레류가 가지는 특징중 하나다. 거의 다 자란 종령애벌레로 보인다.

조심스럽게 샬레에 담아 집에서 사육을 시작한다. 먹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가까운 광주천에 가래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려되는 것도 있다. 도심이라서 방제작업을 자주하여 살충제가 묻은 나뭇잎을 먹이면 애벌레가 죽는 경우가 간혹 있이니 말이다.

아무 탈 없이 먹이를 잘 먹던 녀석이 5일이 지난 8월 22일 엉성하게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었다. 살짝 열어보니 노란 번데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직 완전히 굳은 상태는 아니며 약간의 움직임도 느껴진다. 털까지 깨끗하게 벗어놓은 탈피각도 보인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음 단계로 가기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과정이지만 말이다. 사람이나 동물 그리고 곤충들도 마찬가지지만…. 무사히 우화하기를 기대하며 조심스럽게 나뭇잎을 다시 붙여준다.

8월 28일, 아주 조그만 녀석이 샬레 안에서 날개짓을 하고 있다. 앞날개 끝에 노란색 초승달 모양의 무늬가 선명하게 보이고 날개 가운데 아주 작은 흰 점이 2개 있다. 가로로 세 줄이 있어 이름을 세줄꼬마갈고리나방이라 붙였나보다. 처음 본 느낌 그대로 국명을 붙이니 기억하기도 좋다. 모든 나방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너무 종류가 많아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보통 10여일이 지나면 우화하는데 녀석은 빨리 세상이 보고 싶었나보다. 6일만에 우화하였으니 성질이 급했던것일까?

광주천에는 가래나무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광주천에서 세줄꼬마갈고리나방의 애벌레나 어른벌레를 관찰한 적이 없다. 가래나무를 먹이식물로 하는 애벌레들은 많은데 왜 이 녀석들은 보이지 않는지 궁금하다. 이 녀석이 이곳 광주천에서 자리잡고 잘 살기를 기대하며 가래나무잎에 조심스럽게 놓아주었다. 암컷인지 수컷인지는 모르지만 짝짓기하여 다음해 녀석의 2세를 만날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올 한해도 광주천에서 환경지킴이로 활동하게 되었으니 열심히 찾아 볼 생각이다. 지금껏 만나지 못한 새로운 종을 만나는 행운이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보면서….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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