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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 조용한 장흥 회진항에 무슨 일이

■뉴스추적 - 조용한 장흥 회진항에 무슨 일이
‘생계 터전 vs 해양 레저’ 양측 입장차 확연 ‘갈등’ 지속
어민들 “조업 방해 등 생존권 위협”주장
레저객 “여가 위해 어항 이용권한 존중돼야”
장흥군 “양쪽 주장 팽팽, 중재 실패”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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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회진항 선양장 입구에는 어민과 외부인들의 출입통제를 위해 3개의 볼라드가 설치돼 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전남 장흥군 회진항에서 최근 해양레저인과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곳 어민들은 레저인들로 인해 항구가 번잡해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레저인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항구가 어민 등 특정 지역민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해결에 가장 적극적이여 할 지자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법적으로도 “섣불리 한쪽 편을 들기 힘든 상황”이라며 당혹한 기색이다. 전국적으로 개인용 레저보트 소유주들이 늘어나면서 보트를 내릴 수 있는 어항·포구을 찾는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회진항 입구 ‘볼라드’ 설치

10일 오전 장흥군 회진항 선양장. 선양장 입구 초입에 차량이 접근할 수 없도록 3개의 볼라드가 설치돼 있었다. 소형 레저보트를 실은 트레일러를 끌고 바다를 찾은 레저보트 이용객은 당황했다. 300~400㎏이 넘는 무거운 동력보트를 띄우려면 바다와 이어진 완만한 경사로(슬립웨이)에서 차량을 후진해 트레일러를 물가에 댄 뒤 보트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선양장 입구 폭 3~4m에 볼라드가 설치되면서 차량이 접근할 수 없었다.

장흥군은 지난달 1일 회진항 선양장에 290여만원을 투입해 볼라드 3개를 설치했다. 최근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민들이 외부인들의 출입에 불안감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장흥군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지역에 대한 교통의 전부 또는 일부를 차단했다.

하지만 레저보트 이용객들은 볼라드 설치는 사실상 ‘핑계(?)’라고 지적했다. 어민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레저보트를 들어서지 못하게 아예 입구를 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트 낚시를 즐기는 A씨는 “코로나 때문에 볼라드를 설치했다고 했지만, 이는 보트 이용객들을 통제하기 위해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어항을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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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장흥군 회진항 선양장에서 보트를 싣기 위해 차량이 트레일러를 주차하고 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 어민들 불만 호소

낚시 인구가 늘고 동력보트가 대중화돼 바다를 찾는 레저인구가 늘어나자 어민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수 십명씩 몰려와 아무데나 주차하고 쓰레기를 버리는가 하면, 바다 위 작은 배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아 사고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레저보트로 인해 장흥군 회진항 어업인들은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일부 레저보트 이용객이 항로이탈로 해조류(미역, 다시마 등) 양식장 내 시설물 훼손으로 어업인들의 재산상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레저인들의 출항과정에서 차량 및 견인장치(트레일러) 등을 인근 도로와 개인사유지 등에 무분별한 주정차로 차량통해 불편과 교통사고 위험으로 지속적인 민원을 야기시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민들이 타지역 레저인들의 방문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복합적인 민원도 발생했다. 이에 해당 지역 어촌계 등 지역사회단체에서도 선양장 통제를 강력하게 건의했다. 어촌계 어업인들 역시 선양장 이용시 열쇠를 열고 닫고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볼라드 설치에 협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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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회진항 선양장에서 보트를 싣기 위해 트레일러가 주차되고 있는 모습.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또 어민들은 레저보트 고속엔진이 인근 양식장의 시설물을 일부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수 십년째 회진항에서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레저보토 자체가 고속엔진이다 보니 미역, 다시마, 김 양식장 일대를 지나면서 시설물을 쉐손하고 있다”며 “그 피해액은 상당하다. 레저보트 이용객들에게 불만을 제기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어민 C씨도 “주말이면 어항이 혼잡해진다. 마을 주차장으론 불충분해 항내 여기저기 길게 트레일러들이 주차되면서 도로가 마비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막상 차주에게 전화하면 이미 바다에 나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주차를 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인심 사나워질까봐 아무런 말도 못할때가 많다”고 말했다.

◇ 수 년째 갈등…해결책 마련 고심

레저보트 이용객들과 어민들과 갈등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어민들과 레저보트 이용객들관의 사소한 마찰이 있었지만, 최근에서야 서로의 불만을 참았던 것이 한번에 터지면서 갈등은 겉잡을수 없이 커졌다. 이같은 갈등을 해소하고자 2019년 8월 9일 회진면 회의실에서 회진항 선양장 상생방안 논의를 가졌다. 이날 어민 10명과 레저보트 동호회 6명, 장흥군과 여수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 9명이 자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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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회진항 선양장을 놓고 지역 어민과 레저보트 동호인, 장흥군, 여수지방해양수산청 등이 지난 2019년 8월 ‘회진항 선양장 상생방안 논의 간담회’를 가졌다. /장흥군 제공

이번 회의에서 주요 안건은 ▲회진항 주변 쓰레기 투기문제 ▲조업어민들과 일부 레저보트 여가객의 말다툼 ▲일부 레저보트 여가객의 불법주차에 따른 회진항 일대 주차난 문제 ▲해조류 양식장 내 양식기자재의 파손 및 양식 해조류 손상문제 ▲주차장·레저시설 신설 관련 사항 등 선양장을 어선과 헤저보트 함께 사용 요청 등이다.

하지만 긴 시간 회의 끝에 결론을 찾지 못했다. 또 지난해에도 회진면에서 어민과 레저보트 동호회 회원간의 자리가 마련됐지만, 서로의 주장만 강조하다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어민과 레저인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이렇다할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흥군 관계자는 “양쪽 주장에 다 일리가 있어 중재하기 어렵다. 섣불리 한쪽 편을 들기 힘든 상황”이라며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면서 “어업인과 레저보트 소유주가 상생을 논의할 자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며 “앞으로 이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꾸준히 소통의 장을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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