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지금은 국통맥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울 때이다
나명엽 (사)대한사랑 자문위원·경영학 박사

사람들은 일생을 두고 버킷리스트를 적는다. 자신이 살아있을 동안 이루겠다고 스스로 정한 목표들이다. 예컨대 옛사람 중에는 격물(格物), 치지(致知)와 성의(誠意), 정심(正心)을 한 다음에 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의 꿈을 그 목표로 삼은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요즘 내가 자란 태 자리에 한옥을 지어서, 단순한 주거가 아니라 정신이 머무는 공간을 만들려 한다. 이 일도 나에게는 하나의 소중한 버킷리스트다. 설계가 끝나고 건축에 따른 행정절차가 마무리 단계이니 금년 안에 완성되리라 본다. 일찍이 이 터에 자리 잡은 4대 조상의 삶과 정신을 기리고 홍암(弘巖) 나철 할아버지의 자취를 복원하고 그 뜻을 현양하는 소명도 엄숙하게 느낀다. 계왕개래(繼往開來), 크게는 국혼을 기리고 옛 성인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후세에 전하여 새로운 미래를 여는 책무를 이어갈 것이다.

고조선 역사를 복원하는 운동은 가장 큰 장기 버킷리스트이다. 이 버킷은 나의 평생 과업이다. 어쩌면 후대에 남겨주어야 숙제이기도 하다. 모화(慕華)와 식민사학으로 말미암아 어긋난 우리 역사학을 민족사관으로 정리해서 우리 민족사의 제자리를 찾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우리 시대의 역사광복 운동이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일제 때의 광복군과도 같은 역사독립군 구실을 한다.

아직도 사대모화(事大慕華) 사상에 젖은 사람들이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실린 고조선의 기록을 믿을 뿐 아니라, 이병도 이후 강단사학이 뿌리 깊은 맹목적 학문 카르텔에 빠져 있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단재 신채호의 민족사관은 외면당하여 뿌리도 못 내리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단법인 대한사랑과 세계환단학회가 역사 사랑과 그 광복을 위해 알차게 활동하고 있다. 참으로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역사를 주체적으로 다시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역사학자 E. H. 카가 말한 바와처럼 역사란 강자 편의 이익에 따라 쓰인 기록임을 염두에 두고, 그 기록을 위서에 기록된 것과 구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남아 있는 기록마저 크로스체크로 검증해 보려 하지 않고도 과연 빛나는 배달겨레의 후손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지식인이, 책 읽는 자가 마땅히 해야 할 평생의 과제는 역사를 올바르게 밝히고 인식해 역사의 방향을 올곧게 지향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뜻있는 자의 동참을 기대한다.

평소 뜻을 두고 있는 학술강연회가 얼마 전 광주 동구 계림동에 있는 4·19기념관에서 열려 참석했다. 2년 전인 2019년 8월 중국을 여행할 때 도문(圖們)을 거치면서 장수왕릉과 광개토대왕비를 찾은 적이 있는데 그때의 소회를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강연이었다. 우리의 숨겨진 역사, 왜곡된 고조선 역사를 다시 둘러보는 일의 첫째 의의는 우리의 뿌리를 바르게 아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혼이 없는 민족에게 진정한 역사독립은 요원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나는 배달겨레의 후예로서, 홍암 나철 어르신의 후손으로서 국혼과 애국혼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보다 500여 년이 앞선 서기 600년대에 뜻있는 선인이 환국, 배달, 고조선 7천년의 상고사를 약술한 ‘삼성기’가 들어있는 ‘환단고기’를 우리는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웃나라의 고대 문헌까지 옥석을 가리고 그 진위를 따져 비판할 수 있어야 우리는 역사 앞에 바로 설 수 있다. 관련 문헌을 다시 읽고 그 치열한 정신을 본받자.

고려 때 재상이자 대학자인 행촌(杏村) 이암 선생이 쓴 ‘단군세기’ 서문을 보면 “국유형(國猶形) 사유혼(史猶魂)”이라는 명언이 있다. 그 서문 일부를 되새겨 본다.

아아! 정치는 그릇과 같고 사람은 도(道)와 같으니, 그릇이 도를 떠나서 존재할 수 있겠는가. 나라는 형체와 같고 역사는 혼과 같으니, 형체가 그 혼을 잃고서 보존될 수 있겠는가. 도와 그릇을 함께 닦는 자도 나요, 형체와 혼을 함께 키워 나가는 자도 나다. 그러므로 천하만사는 무엇보다 먼저 나를 아는 데 있다. 그렇다면 나를 알려고 할진댄 무엇으로부터 시작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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