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호남대 교수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잘 버리는 것의 미덕
김은성(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장기화로 재택근무, 가정 내 생활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셀프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 추세라고 한다. 이를 반영이나 한 듯 유명 연예인의 집을 찾아가 집안 전체를 정리해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여러 매체에서는 정리 노하우를 알려주는 기사, 동영상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집안 정리에서 좀 더 나아가 ‘미니멀라이프(minimal life ;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 말[네이버 오픈사전])’를 실천하고자 개인의 미니멀 라이프 실천을 위한 청소와 정리법에 대해 도서, 개인 SNS를 통해 공개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필자도 최근 거취를 옮기면서 큰맘 먹고 집안, 정확히는 내가 주로 생활할 방 정리를 시도했다. 방 한 칸을 정리하는 것만도 몇 번의 다짐과 심호흡을 내뱉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첫 시작이 두렵고 막막했다. 정리의 첫 단계는 ‘비우기’였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한참을 옷장이나 책장 등 수납공간에서 비우기를 위해 물건을 고르는데 문득 우리가 생각하는 비우는 활동이 무조건 버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리는 것은 곧 쓰레기가 되지만 내가 쓰던 물건이 한순간에 쓰레기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 마땅치 않은, 상태가 꽤 멀쩡한 물건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물건을 고르면서 두 종류로 분류했다. ‘버릴 것과 나눌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버릴 것은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로 다시 나누면서 이때부터 필자의 모든 감각이 집중되었던 것 같다. 미처 비워지지 않은 오래된 화장품을 우선 깨끗하게 다 비우고 나니 뚜껑은 플라스틱, 용기는 유리다.

그마저도 라벨은 따로 떼어서 비닐류에 버려야 한다. 무심코 사용했던 화장품 용기 하나를 버리는데에도 하나하나 신경 쓸 것이 많은데 그동안 재활용은 어떻게 하면서 지냈는지 새삼 뒤돌아보게 되었다. 며칠간에 걸쳐 조금씩 비우기가 마무리되어 갈 때 즈음 재활용 분류에 맞춰 정리한 가방을 들고 아파트 내 재활용품 분류장에 간 필자는 잠시 할 말을 잃고 그대로 한참을 멍하게 서 있었다. 플라스틱, 비닐, 고철, 유리 등등 분류표가 무색할 정도로 어수선한 분류장은 그냥 ‘쓰레기장’이었다. 순간 종류별로 따로 분리해 가방을 챙겨온 양손의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괜한 짜증과 분노가 일었던 것 같다. ‘왜 나만 일일이 분리를 했을까’부터 ‘생각 없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버리는 사람들의 태도와 사고’에 대한 반사적인 반응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물건 하나를 살 때, 이리저리 상태를 살피고 가격을 비교하고 이 가게, 저 가게를 누비며 발품을 파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최상의 상태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는 더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도 일상이 된 요즘이다. 하지만, 그 물건들을 버릴 때는 어떠한가? 나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의미가 없으면 ‘쓰레기’로 전락해 버리는 그 물건을 내 손에서 떠나 보낼 때에는 그것을 얻을 때만큼의 노력과 고민은 전혀 하지 않는다. 물건을 사는 실력은 고수인데 버리는 실력은 영락없는 하수인 것이다. 여기저기 환경보호를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Zero Waste Campaign(제로 웨이스트 캠페인)’ 관련 프로그램을 보니 쓰레기 분리의 중요성과 방법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 중에 우리가 조금만 신경 쓰면 청바지를 만들고, 상의 티셔츠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재료를 수입하지 않고 우리가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잘 사는(buy)것 만큼 중요한 버리기에 대한 생각을 물건을 구매할 때의 반만큼이라도 고심한다면 잘 사는데(live) 필요한 환경은 물론, 우리의 가벼운 삶의 일부분을 이루는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지금 당장 여러분이 내다 버릴 쓰레기통과 재활용통을 한번 살펴보자. 잘 버리는 것의 미덕을 갖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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