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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공동체의 행복

최형천(㈜KFC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천최형
근 20년 전 얘기인데 한 후배의 딸이 소위 손꼽히는 서울의 여자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깜짝 놀랄만한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 딸이 부모에게 던진 말은 이랬다. “엄마 아빠는 지금까지 강남에 아파트 하나 못 사고 뭘 했어요?”였다. 사연인 즉 막상 대학엘 가보니 절반에 가까운 동기들이 강남에 거주했고 그들과의 격차는 확연했으며 갑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 후배 부부는 지방 명문고를 졸업하고 서울까지 올라와 후배는 대기업에, 부인은 교사로 근무하면서 열심히 살았지만 강남에 아파트를 살 만큼 여유를 갖지는 못했다. 이처럼 강남에 입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식들에게조차 루저로 간주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지금 우리 국민은 부동산으로 행복하지 못하다. 나라 전체가 아파트와 토지문제로 아우성치고 정권의 운명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아무리 정치를 잘했더라도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면 블랙홀이 되어 모든 것을 흡수해 버린다. 부동산 앞에서는 모든 이슈가 매몰되고 어떤 정권도 ‘그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정치가 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가 오랜 역사를 가진 고질병이 된 이유는 이렇다. 시민의 한편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 평생 집 한 칸 장만 못 하고 전세금 올려주느라 허리가 휜다고 원망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과도하게 부동산을 규제하고 세금을 올려 부동산소유자를 핍박한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이다. 그런데 이런 이분법은 한 사람에게 있어도 아파트를 소유하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르다. 이렇다 보니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은 있을 수가 없고, 어떤 부동산 정책에도 항상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역대 어느 정권도 속 시원하게 부동산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적이 없다. 따라서 성공모델이 없고 개혁은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부동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실물경제와 따로 논다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민생은 극도로 피폐해지고 직업을 잃은 사람들은 생계를 걱정하였는데도 부동산은 거침없는 고공행진을 하면서 박탈감을 부추겼다. 다음으로 노동이나 사업 의욕을 잠식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아무리 성실해도 부동산으로 재주를 못 부리면 자식에게도 능력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는 세상에서는 근면하게 일할 의욕이 꺾인다. 끝으로 빈부격차를 키운다는 것이다. 토마 피케티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자산소득이 노동소득을 크게 앞질러 자산소유자와 무소유자 간의 격차를 키운다는 어두운 전망이 우리 사회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런데도 부동산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정치가 할 일은 안하는 것이며, 사회지도층의 무관심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약 140년 전 핸리 조지는 왜 모든 사회문제의 근저에는 토지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을까? 톨스토이는 그 자신이 지주였지만 왜 토지를 농민에게 나눠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실행했을까? 토지(부동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근원적인 해결책이라 보았기 때문이었다.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고 투기가 이어지는 것은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부가가치는 대부분 소유주 노력의 산물이 아닌 공공이 부여한 가치로 공동체가 그 잉여를 적절히 배분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 토지경제학자들의 대안이다.

최근 불거진 공직자들의 부도덕한 투기에 대한 발본색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공동체의 행복을 위한 부동산정책과 제도를 성안하고 국민을 설득하여 가는 것이다. 당연히 부동산을 가진 계층은 저항세력을 만들어 반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지도자에게는 공동체 다수를 위한 일이라 판단되면 어떤 난관도 기꺼이 극복하고 관철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의지를 뒷받침해주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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