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14) 독 안에 갇힌 생쥐

<제4화>기생 소백주 (114) 독 안에 갇힌 생쥐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순간 장롱 안에 숨어서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발가벗은 채 숨을 죽이고 잔뜩 웅크리고 앉아있는 독 안에 갇힌 생쥐 꼴이 된 이정승의 귀청을 그 장롱이라는 소리가 송곳처럼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어어! 저 작자가! 시 시방 뭐라 했나? 자! 자! 장롱이 마마 마라니? 이이……이 무 무슨 말인가?’ 이정승은 자신의 일이 모두 발각되기라도 한양 심장이 덜컥 멎는 것이었다.

“아니, 저 장롱이 마라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서방님!”

소백주가 태연히 말했다.

“아닙니다. 부인! 나도 처음에는 무슨 방안에 있는 장롱 따위가 마가 될 수 있겠느냐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 용하다는 소경 점쟁이가 저놈의 장롱이 내 인생을 가로막고 있는 마라고 하니 마가 분명한 것이로구나 하고 생각이 드는 것이었지요. 그래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그 소경 점쟁이가 하는 말이 이 길로 곧장 집으로 가서 한밤중에라도 저 장롱을 들어다가 당장 깊은 강물에 갖다버리든지 아니면 장작불 위에 놓고 활활 불에 태워버리든지 하시오 하더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돈도 많이 벌고 바로 입신출세하여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그러더이다! 내 그래서 한달음에 이 밤길을 달려왔소이다!”

김선비가 윗목에 놓인 장롱을 당장 끌어내 요절을 낼 기세로 으르며 큰소리로 말했다.

장롱 속에 꼼짝없이 갇혀서 설마하고 앉아있는 이정승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움찔 놀라며 오금이 저리는 것이었다. 이거 자칫 잘못했다가는 생목숨이 흔적도 없이 달아날 판이었다. 이정승은 귀를 쫑긋 세우고 사정없이 물방아 짓는 심장을 가까스로 가누며 숨을 죽였다.

“아니 서방님! 그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저 장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어머니가 나 시집 올 때 해주신 것 아닌가요! 내 어머니의 사랑이 깃든 소중하고 귀한 저 장롱을 없애다니요. 절대로 아니 되옵니다!”

소백주가 펄쩍 뛰며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허! 부인, 그거야 이다음에 돈을 많이 벌면 더 좋은 장롱으로 사드리면 될 것 아니겠어요. 저놈의 장롱이 내 앞길을 가로막는 마라고 하니 당장 마당으로 끌어내 지게에 짊어다가 강물에 풍덩 내던져 버리던지 아니면 장작불을 지펴 불에 태워 없애버립시다!”

김선비가 강한 어조로 못을 박아세우며 말했다.

‘뭐! 뭐라! 저 작자가 시 시방! 이 장롱을 들어내 강물에 풍덩 던져 버리든지 아니면 불에 태워 버리겠다고 했는가!’ 장롱 속에 갇힌 이정승은 김선비의 뜻밖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아악!’ 하고 날선 비명을 지르며 심장이 덜컥 멎는 것이었다. <계속>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