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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15) 황천길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15) 황천길

<제4화>기생 소백주 (115) 황천길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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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장롱 속에 쥐 죽은 듯이 웅크리고 앉아있는 온몸에 소름이 오싹 끼친 이정승은 그 말을 듣고는 제 귀를 의심하며 정말로 오늘밤에 물에 빠져 죽은 물귀신이 되든지 아니면 생으로 화장을 당하지나 않을까 싶은 생각이 번쩍 들어 대번 숨이 큭 막히는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서방님, 그 그래도 저 장롱은 우리 어머니가 시집 올 때 해주신 소중한 것이 온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강물에 던진다거나 불에 태우실 것까지야 있겠습니까!”

소백주가 막아서며 말했다.

“무엇이 어째! 저놈의 장롱이 내 앞길을 온통 가로막고 있다고 하는데도 부인께서는 가만 두자는 말인가요!”

김선비가 순간 벼락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서 서방님, 그 그게……”

소백주가 말끝을 흐렸다.

“듣기 싫소! 내 저놈의 장롱을 당장 끌어내 강물에 내던져 버리든지 불에 태워 버려야겠소!”

김선비가 소리를 꽥 지르더니 벌컥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 아니! 저 작자가 정녕 큰일을 낼 참이란 말인가! 아! 아이고! 나는 죽었네! 이 이를 어쩐다?’ 장롱 속의 이정승은 이러다가 정말 오늘 아무래도 자신이 황천길 길 가는 객이 되는 날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덜컥 들어 온몸에 식은땀이 주르르 흐르고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것도 강물에 던져져 물귀신이 되든지 아니면 뜨거운 불에 활활 온몸이 지글지글 태워져서 말이다.

다시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김선비가 굵은 새끼줄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윗벽에 붙은 장롱을 들어 덜컹 앞으로 움직거리더니 앞뒤로 아래위로 친친동여 꽁꽁 묶는 것이었다. 그 김선비의 손길을 가로막으며 소백주가 다급하게 말했다.

“서 서방님! 오늘밤은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니 자 잠시 쉬었다가 내일 아침 밝은 낮에 없애도 좋지 않나요?”

“무슨 말씀이오! 소경 점쟁이가 바로 이 밤에 저 장롱을 반드시 없애버려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소! 그렇지 않으면 효험이 없다고 하였소. 어서 비키시오!”

김선비가 소백주의 손을 뿌리치더니 장롱을 묶은 새끼줄을 잡고 덜컹덜컹 방 가운데로 장롱을 밀어 끌어내는 것이었다. 장롱을 떠미는 대로 이리저리 몸이 기우뚱거리는 이정승은 바삭바삭 속을 태우며 생 오줌을 질금거렸다.

더 이상 체면이고 나발이고 뭐고 따지면서 이렇게 웅크리고 앉아있어서만은 절대로 아니 될 판이었다. 그러다간 정말 큰일 날 것이었다. 생사(生死)가 오락가락하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상황에서 살기 위해서는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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