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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용 목사의 남도일보 월요아침-베스트 드레서
문민용 목사의 남도일보 월요아침-베스트 드레서

문민용(전 광주제일교회 목사)

문민용
소라게 중에는 날 때부터 자기가 살 수 있는 껍데기를 가지고 나오는데 자기 껍데기를 가지지 못한 게가 있다. 자기 껍데기를 못 가진 놈은 기어 다니다가 빈소라 껍질 가운데 자기 눈에 들면 집게발을 벌려 껍데기 입구를 재어 본다. 그리고는 맞겠구나 싶으면 지체 않고 배부터 밀어 넣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제집처럼 산다. 살다가 몸이 커져 불편하게 되거나 싫증이 나면 껍데기를 획 벗어버리고 다른 껍데기를 찾아 나선다.

이것이 소라게의 생활 습성으로 자기 옷에 대한 욕심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동안 김선용 할머니(71)가 옷을 팔아 모은 10억 원의 재산을 서울대병원에 기탁 했다. 평양 출신인 할머니는 부산으로 피난 갔다가 국제시장에서 옷 장사를 시작하여 악착같이 재산을 모았다.

“어디다 쓰려고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모으냐”고 주위 사람들이 비웃기까지 했다. 그런 할머니가 전 재산을 기탁 한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사회가 베풀어준 은혜를 갚기 위해 전 재산을 기탁 했습니다.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들에게 작은 희망이 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누구보다도 마음속 내면의 옷을 잘 입는 아름다운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어느 날 임금님이 궁궐 밖을 시찰하다가 더럽고 꾀죄죄해서 애처롭기가 그지없는 거지 소년을 보았다. 임금님은 소년을 궁궐로 데려가 왕자로 삼겠노라고 공포했다. 이제 소년의 신분이 바뀌었다. 구걸하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 누더기 옷을 벗어 던지고 좋은 옷감으로 만든 화려한 장식이 달린 왕자의 옷을 입었다.

그런데 소년은 자신이 왕자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모든 환경이 너무나 낯설고 어색했다. 아침이 되자 소년은 급히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시중드는 신하가 당황하며 “왕자님, 어디 가십니까?”라고 물었다.

“저 다리 밑에 가면 제가 세수할 수 있는 곳이 있답니다”라고 왕자가 된 소년이 말했다. 이 얼마나 황당한 말인가? 왕자의 옷을 입고 왕궁에 살고 있지만, 아직 자신의 신분이 거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에게는 거지라는 생각의 옷을 벗어 버리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왕자로서의 삶을 사는데 필요한 마음의 옷으로 갈아입는 시간과 훈련이 필요했다.

캘리포니아주 99번 고속도로에서 벌을 운반하던 트럭이 뒤집혀서 1,600만 마리의 왕벌들이 탈출해 도시 일대를 뒤덮고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 방충복을 입은 경찰관들과 소방관들 그리고 양봉장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7시간 동안 투입되어 겨우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사태를 진압하는 동안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사람들은 아무 생각도 대책도 없이 그곳을 지나가던 오토바이족 들이었다.

그런데 왕벌들이 새까맣게 우글거리는 곳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가서 벌들을 잡아넣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이 저 사람들을 저렇게 침착하고 용감하게 행동하게 했을까? 그것은 바로 옷이었다. 그들은 비싼 옷도 유명한 회사의 옷도 세련된 옷도 입지 않았다.

얇고 투명하지만, 벌들이 뚫을 수 없는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인 중에 70세 때 남은 생애를 아프리카 병원에서 일하며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서 봉사하고 살겠다고 베냉으로 떠난 부부가 있다. 남들은 평안한 노후를 보내려고 여러 가지로 준비하는 나이에 그 부부는 70년 동안 한국에서 입었던 모든 옷을 벗어놓고 젊은이들도 피하는 아프리카로 말이다. 코로나 때문에 훨씬 열악해진 그곳의 환경을 들은 한국의 동료들이 마음을 모아 방호복과 약품, 생활필수품과 고추장, 된장 등 컨테이너로 후원 물품을 보냈다. 후원 물품을 받고 감격하여 동료들에게 보내온 카톡 소식은 이러했다.

“아프리카에 오니까 내가 불편한 것은 두 번째고 주변에 마음 아픈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네요. 말라리아와 작은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리는 사람들, 기본적인 생활용품이 없어서 허덕이는 사람들, 소망 없이 방황하는 젊은이들. 나는 그동안 한국에서 많은 것을 갖추고 누리면서 살았는데 이제라도 이들과 함께 마음의 소망을 나누며 살 수 있어서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따뜻한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나만을 위한 고급옷’ 때문에 질타를 받는 사람이 있고 ‘사랑이 담긴 마음의 옷’ 때문에 박수를 받고 주위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옷을 통하여 맵시도 드러내고 센스도 드러내고 자신의 위치나 부의 크기를 드러내어 베스트 드레서임을 나타내려고 한다. 우리는 일생 엄청난 종류의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으며 저마다 추구하는 옷이 다르다.

그러나 ‘내가 먼저라는 옷과 나를 위한 옷’을 벗고 \‘사랑이 담긴 마음의 옷’을 입고 주위를 따뜻하게 해주는 사람이야말로 베스트 드레서가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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