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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16) 혼비백산(魂飛魄散)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16) 혼비백산(魂飛魄散)
<제4화>기생 소백주 (116) 혼비백산(魂飛魄散)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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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순간 김선비가 새끼줄로 친친 동여 묶은 장롱을 마구 덜커덩덜커덩 잡아끄는 데 그때 장롱 문을 사납게 ‘쿵쾅! 쿵쾅!’ 밀며 혼비백산(魂飛魄散)한 이정승이 순간 볼멘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아! 아이쿠! 나 죽네! 여 여보게! 나나! 나 좀 살려 주시게!”

갑자기 장롱 안에서 다급하게 외치는 웬 사내의 목소리가 나고 장롱 벽을 ‘쿵쾅! 쿵쾅!’ 치는 소리를 들은 김선비가 장롱을 잡아끄는 손길을 멈추며 깜짝 놀라 말했다.

“엥! 이 이게 무슨 소린가?! 분명 장롱 안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가?! 부인, 이 안에서 소리치는 게 필시 악귀! 마(魔)가 아니고 무엇이요! 허험!”

“서 서방님……그 그 그게 아니고, 시 실은!……”

소백주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얼굴을 붉히면서 김선비를 막아섰다.

“듣기 싫소! 저놈이 분명 내 앞길을 막고 있는 마가 아니고 무엇이요! 과연 소경 점쟁이로다! 참으로 용하도다! 천 냥을 주고 본 점괘의 효험이 바로 나는구나! 내 기필코 오늘 저놈을 깊은 강물에 풍덩 던져버리든지 아니면 뜨거운 불에 태워 죽이리다. 저리 썩 비키시오!”

김선비가 소백주를 뿌리치며 사납게 소리쳤다.

“아! 아악!……”

순간 김선비에게 냅다 떠밀린 소백주가 송곳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자지러지게 지르며 방 가운데로 나무토막처럼 풀썩 쓰러졌다. 김선비는 쓰러진 소백주를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장롱을 묶은 새끼줄을 잡고 낑낑 대며 덜커덕 한자만큼이나 떠밀어냈다.

소백주의 날선 비명소리를 들은 이정승은 ‘어허! 필시 제 마누라가 크게 다친 모양일세! 아이구! 저 작자가 제 마누라까지 마구 두들겨 패 죽이는구나! 날뛰는 꼴이 아주 미쳐 실성을 하였구나! 정말로 생사람 죽일 놈일세! 아니 죽이고 있네! 보아하니 정말로 오늘밤 큰일을 치를 놈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덜컥 들자 다시 미친 듯이 장롱 문을 부셔져라 ‘쿵! 쿵!’ 밀며 이판사판 죽기 살기로 소리쳤다.

“여여여! 여 여보게! 마마마 마가 아니고 나나나 날세 나여!”

성난 호랑이처럼 날카롭게 이빨을 세우고 거센 북풍에 휘몰아 오르는 불길같이 마구잡이로 덤비는 김선비하는 꼴이 이러다간 정말 이 밤에 쥐도 새도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그야말로 짹 소리도 못하고 죽겠구나 싶은 불길한 생각이 한여름에 먹구름처럼 머릿속에 뭉게뭉게 가득 몰려들어 이정승은 아주 넋이 나가 버렸던 것이다.

“나 나라니! 얼씨구! 저놈이 필시 아름다운 팔도강산 이 나라 좋은 운길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흉악한 검은 마라! 찢어죽일 악귀라! 그러기에 내 앞길도 가로막고 있는 반드시 당장에 때려죽여 없애 버려야할 너는 악귀니라!”

김선비가 장롱을 주먹으로 ‘쿵!’ 하고 냅다 내리치며 사납게 소리쳤다.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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