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기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7월 11일까지‘씨를 뿌리는 사람’전
12~18 기증 15명 작품 72점 선봬
이우환·백남준·강봉규·박병희 등
국내외 활동 작가 대표작 전시 주목

강봉규 작 ‘너와 나-수양버들’(광주호 생태공원)

재일동포인 하정웅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약 1만점의 미술작품과 귀중한 자료들을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교육기관 등에 기증했다. 특히 광주시립미술관에 주요 재일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 민주, 인권, 평화 관련한 다수의 작품들, 그리고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들까지 아낌없이 기증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작품기증은 하 명예관장이 평생 가슴깊이 간직했던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평화가 1950년 5월 광주정신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김영숙 작 ‘초현-여행의 시작’

하 명예관장이 기증한 작품(하정웅 컬렉션)은 역사의 뒤편에 사라질 뻔한 재일교포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국내에서 조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기증 작품을 통해 비로소 뒤틀린 한일 관계에서 차별과 학대를 견디며, 분단의 아픔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안고 살아가고 있는 재일 미술인들의 삶과 예술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지역민과 미술계에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폭을 한층 확장시켜 놓은 셈이다.

하 명예관장과 광주시립미술관의 인연은 1992년 광주시립미술관 개관과 궤를 같이해 30년에 이른다. 하정웅 명예관장은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직후인 1993년을 시작으로 1999년, 2003년, 2010년 네차례에 걸쳐 2천222점의 작품을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하였다. 또 2012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제5차로 381점을 기증함으로써 현재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하정웅컬렉션은 총 2천603점이 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그동안 하정웅컬렉션 연구와 함께 매년 기획전을 지속적으로 개최해왔다.

고삼권 작 ‘가족’

이런 하정웅 컬렉션을 다시한번 찬찬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은 분관 하정웅미술관에서 2012-2018 하정웅컬렉션 ‘씨를 뿌리는 사람’전을 13일부터 2021년 7월 11일까지 개최한다. 하정웅컬렉션 특선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 하 명예관장이 광주시립미술관에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기증한 대표작품 70여점을 볼 수 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기증된 하정웅기증작품에는 오병학, 이국자, 고삼권, 이우환, 문승근, 강경자, 김영숙, 김인숙 등 재일작가의 작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강봉규, 강철수, 박병희 등 국내작가와 미국에서 활동했던 백남준, 김규태, 베트남의 레바당, 일본의 야츠다 다카아기와 야츠다 유리코 등의 작가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하정웅컬렉션은 ‘기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은 평화의 기도이자 마음의 평안을 바라는 기도이며, 희생된 사람들이나 학대받은 사람들, 사회적 약자, 역사 속에서 이름도 없이 고통받고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기도이다.

강경자 작 ‘편지’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하정웅컬렉션 전시와 함께 개인의 인권과 인류의 평화를 위한 하정웅컬렉션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며 농부가 수확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씨앗을 뿌리듯 컬렉션의 그 의미와 뜻이 널리 전파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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