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꿀벌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

김종국(도시농업관리사)

벌의 종류에는 꿀을 제공하는 꿀벌, 꿀벌에게 해를 끼치는 말벌·땅벌, 꽃가루를 옮기는 뒤영벌 등이 있다. 이 중 꿀벌은 사회성이 강하고 근면하며 인간에게 꿀을 주기 때문에 친근한 관계에서 사양(飼養)되고 있다. 꿀벌은 가족처럼 집단생활을 한다. 꿀벌 가정에는 여왕벌, 수벌, 일벌이 구성원이다. 여왕벌은 알을 낳고, 수벌은 처녀 여왕벌과 짝짓기하려고 산다. 집짓기, 어린 꿀벌 키우기, 꿀 만들기 등 꿀벌 가정의 실질적인 운영은 일벌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꿀벌 가정에는 반드시 지켜지는 가훈이 있다.

첫째, 소통이다. 언뜻 꿀벌 가정은 여왕벌이 다스리는 군주사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도의 역할 분담에 의한 민주사회를 구성하며 살고 있다. 여왕벌, 수벌, 일벌의 임무와 역할은 분명하다. 서로의 영역은 절대 침범하지 않는다. 각자의 임무에 평생 충실하다. 일벌은 여왕벌을 공경한다. 그러나 알 낳을 자리, 분봉 시기, 이사할 장소 결정 등 꿀벌 가정의 주요 사항은 일벌들의 합의로 결정된다. 여왕벌은 그 결정을 존중한다. 예로 이사할 장소를 결정할 때는 30마리 정도의 정찰병을 내보내 정찰하게 하고, 각자의 소견을 춤으로 발표한다. 물론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곳이 이사할 장소이다. 꿀벌은 다양한 몸짓과 춤으로 의사를 소통한다. 그중 꼬리 춤은 꿀이 있는 방향과 거리를 동료에게 전달하는 언어이다.

둘째, 협동이다. 벌집은 일벌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드나들어 오염원에 노출돼 있다. 일벌들은 서로 협력해 오염원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이물질은 날개바람으로 방출하고, 애벌레가 죽으면 냄새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 시체를 밖으로 물어낸다. 또 벌집을 지을 때는 박테리아 등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천연항생물질인 프로폴리스를 활용해 오염원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 장수말벌은 꿀벌을 물어 죽이는 강한 포식자이다. 말벌은 섭씨 45도, 꿀벌은 더 높은 50도가 되면 고온으로 죽기 때문에 장수말벌이 침입해 오면 힘이 약한 꿀벌들은 서로 힘을 합쳐서 말벌을 공처럼 둘러싸고 날갯짓으로 내부온도를 46도까지 높여 죽게 한다. 벌침은 꿀벌 최후의 무기이다. 적이 침입하면 늙은 일벌들은 벌통 문 앞을 지키다 벌침을 사용하고 최후를 맞는다. 이 벌침은 꿀벌의 일생에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자기희생물이다.

셋째, 근면이다. 일벌은 약 12만5천 개(100g)의 밀랍조각을 입으로 반죽해서 약 8천 개의 육각형 방을 만든다. 어린 벌에게 적당한 온도는 34.5도, 습도는 60%인데, 약 2천800마리의 일벌들은 끊임없는 날갯짓으로 어린 벌의 환경을 유지한다. 그리고 일벌은 반경 4㎞까지 날아다니며 꿀을 채집한다. 하루에 50회, 1회에 약 50㎎을 운반한다. 1㎏의 꿀을 수집하려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거리를 비행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약 1천500종의 작물 중 약 30%는 꿀벌의 꽃가루받이가 필요하다. 꿀벌은 이런 작물들의 수분(受粉)을 도와 지구 생태계 다양성 유지에 기여한다. 아인슈타인은 자연 파괴로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결국 인류도 4년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겨울나기 한 벌들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봄은 먼 거리에 있는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 이슈는 대립과 갈등이다.

존중과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좀처럼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 대안 없는 비판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한다. 나와 다름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다. 결코 따로가 아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다 어렵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시대의 동반자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신뢰하며 경청했으면 한다. 상대방의 의견이 옳으면 내가 가진 권리나 기득권도 내려놓을 줄 알았으면 한다. 무조건 비판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안 제시가 우선됐으면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아프고 시끄럽다 보니 미물이지만 소통하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꿀벌들의 삶이 부러워서 해보는 넋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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