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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19) 약조(約條)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19) 약조(約條)

<제4화>기생 소백주 (119) 약조(約條)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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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아닐세! 정말 나나나 이이 이정승일세! 날 한번만 용서해 주시게. 죽을죄를 지었네. 앞으로는 내 절대로 뇌물을 받아먹지 않고 주색을 멀리하고 백성을 위해 정직하게 일하며 사람답게 살겠네. 내 이 목을 걸고 진실로 약조(約條)하겠네. 이이 이 사람아! 어 어서 이 장롱 문을 좀 열어주시게나!”

이정승이 다시 징징 짜며 애원하며 말했다.

“어허! 정말 저놈이 마가 아니고 이 나라의 지체 높은 저 훌륭한 이정승나리라면……이 밤에 물에 빠트리거나 불에 태워 죽였다간 큰일이 아닌가!……어 어흠! 그렇다면 필시 이 두 눈으로 확인을 해야 할 터!……”

김선비가 장롱에 대고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그 그렇지! 이 사람아! 어 얼른 이 문을 열고 확인해 보시게나! 부부 분명 나 이정승일세!”

이정승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소리쳤다.

“어 어흠! 그 그래!……저놈이 이정승이 아니고 마라면 저 장롱 문을 열었다가는 정말 큰일이 아닌가!……”

“그 그럴 리가 없네! 나나 정말 이이 이정승일세! 그그그 그딴 것은 절대로 걱정 마시게!”

“어허! 정말 이정승나리란 말인가! 일국의 정승 이정승나리가 내 집 안방 그것도 장롱 속에 있다! 이 무슨 귀신이 곡할 일이란 말인가!……그렇다면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터!……아무튼 내 이 두 눈으로 꼭 확인을 해야!……”

김선비가 그렇게 말을 하며 잠시 골똘하게 무슨 생각에 잠긴 듯 머뭇거리다가 대담하게 장롱을 묶은 새끼줄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장롱 문을 걸어 잠갔던 자물쇠를 덜컥 열었다. 순간 장롱 문을 사납게 밀어젖히며 파리하게 질린 얼굴에 온통 눈물자국이 진득진득 흘러 번지고 온몸에 식은땀이 흥건하게 흘러 배인 돼지같이 살이 찐 웬 배불뚝이 맨살덩어리 사내하나가 불쑥 솟구쳐 나오는 것이었다. 보니 온몸을 온통 발가벗은 이정승이었다.

“여여여 여 여보게! 보보 보 보시게! 나나나 마마마 마가 아니고 이이이 이! 이정승일세!”

기겁을 한 얼굴의 이정승이 이마의 식은땀을 쓱 훔치면서 장롱 밖으로 나오더니 김선비 앞에 발가벗고 서서 부들부들 떨며 더듬더듬 소리쳤다.

“아아! 아이쿠! 저 정승나리! 이 밤에 그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 했습니다. 소생, 주주 죽을죄를 졌습니다!”

김선비가 넙죽 엎드려 절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넋이 나간 눈빛의 이정승이 허겁지겁 떨리는 손으로 장롱 속에 구겨 넣어둔 옷을 되는대로 얼렁뚱땅 걸쳐 입으면서 그때까지 저만치 방안에 죽은 듯이 쓰러져 누워있는 소백주를 흘깃 훔쳐보더니 무릎을 꿇고 앉은 김선비를 바라보면서 두 손을 싹싹 빌며 애원하듯 더듬더듬 말했다.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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