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무관용’… 민주당 전남도당 쇄신 의지 있나
본보 제기 이광일 도의원 ‘불법매립’
경찰수사 마무리…사실 파악도 못해
행정처분 명령 불구 차일피일 미뤄
도의회 ‘윤리특위’…제식구 감싸기 언제까지

현직 전남도의원이 국유지를 불법 매립해 문제가 되고 있는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농지. 해당 이광일 도의원은 오는 21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남도일보 DB

4·7 재보궐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강력한 쇄신으로 당의 정립을 확고하게 다져나가야 다가오는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희망이 있다는 전망 속에 ‘텃밭’인 전남지역에서는 재보궐선거에서 던진 준엄한 메시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전남도당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 소속 도의원에 대한 봐주기 징계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해당 도의원은 부인 명의의 땅을 개발하면서 인근 국유지까지 무단 점용하고, 당초 허가된 설계 높이를 초과해 불법 매립한 것과 관련해 행정 당국이 원상복구 명령까지 내렸다. 여기에 경찰 수사까지 마무리돼 재판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바라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폭행·막말’로 6개월 당원권 정지가 된 도의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억울(?)한 상황에 직면한 꼴이 됐다.

특히 사실상 ‘제식구 감싸기’식으로 운영되면서 제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전남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가동 여부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징계에 대한 잣대 의구심

지난해 민주당 전남도당은 이광일 도의원 안건과 관련, 징계청원이 아직 접수되지 않아 언론보도 내용 등에 대한 사실관계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이 수사중인 사안이라 추후 심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수사는 지난해 마무리 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전남도당은 사실파악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광일 도의원은 현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오는 21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광일 도의원은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국도 17호선 인접에 위치한 부인과 지인 명의의 땅을 우량농지로 개량 하겠다며 여수시로부터 허가를 받은 뒤 2018년부터 복토작업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당초 2.1m 높이로 복토하겠다고 했으나 허가와 달리 석축을 쌓고 외지에서 가져온 흙으로 10여m 높이까지 돋운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부인 명의의 땅 뿐만 아니라 인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소유의 도로와 농지 등 국유지까지 불법 매립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재판을 앞둔 도의원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있다는 의혹 속에 형평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당시 국회의원 후보 지원유세 현장에서 여성 군의원을 폭행하고 막말을 한 김용호(강진2) 도의원에게 재심에서 가중처벌이 내려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중앙당 윤리심판원을 열어 전남도당 윤리심판원이 의결한 당원권정지 6개월 처분에 대한 재심을 실시, ‘당원권 정지 1년’을 의결했다.

이에 징계에 대한 잣대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있는 상태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제식구 봐주기가 아닌 그동안 고수했던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한 쇄신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전남도당 관계자는 “청원이 접수된 사안에 대해서만 징계심사를 할 수 있다”며 “이광일 의원 건의 경우 아직까지 수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면 징계야부를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전남도의회 전경

◇제식구 처벌 이번엔 가능할까

이러한 상황 속에 전남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의 행보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도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및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에 관한 조례를 위반한 의원에 대해 징계요구안을 심사·의결하는 윤리특위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윤리특위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10명의 도의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특위는 전남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규칙 9조에 의해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에 관한 조례’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징계할 수 있다.

윤리특위는 11대 의회가 개회된 이후 단 한차례만 가동됐다.

수치 상 보기에는 전남도의회가 ‘청렴’을 바탕으로 윤리강령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식구 감싸기’ 식으로 운영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은 지난 2019년 12월16일 전남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민간어린이집 지원예산 증액 논란에 연루된 한근석 도의원(비례)과 오하근 도의원(순천4)에 대해 당원권 1개월 정지, 엄중 경고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전남도당에서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윤리특위는 열리지도 않았다.

이들 도의원들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안건 심의에 관련 의원을 배제하도록 한 ‘의원행동강령 조례’를 어기고 예산 심의에 관여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광일 도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가동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의회 안팎에서는 윤리위원회 회부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한 점도 윤리특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윤리특위 위원장을 역할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1년씩 교대로 배분하는 자리의 문제로 접근하다보니 윤리특위가 제역할을 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료의원을 고발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자신도 언젠가는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 제식구 감싸기식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에 현재의 시스템을 완전히 탈바꿈하고 외부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의회와 독립된 조직으로서의 개편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리특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관련 조례 역시 무용지물로 전락, 조례 제정 취지마저 무색해지면서 윤리특위의 실질적 운영 등을 위해 특위 위원에 외부전문가를 구성하는 등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중·서부취재본부/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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