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광주비엔날레 둘러보기
(7)5·18특별전 ‘메이투데이’-옛 국군광주병원
상처와 비극의 역사를 넘어…새로운 연대의 미학 창조
강운 송필용 이세현 문선희 최기창 등
광주 출신·활동 작가 12명 협업 전시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주제
실체적 진실과 침묵사이 연결성 주목
‘데이지 5천송이’ 비엔날레 대표작 부상

문선희 작‘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목소리’

1964년 개원한 구 광주국군병원은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에 연행되어 고문을 당한 학생과 시민이 치료를 받았던 곳이다. 계엄군이 부상한 시민들을 끌어가지 못하도록 의사들이 환자들을 결사적으로 지켰던 곳이기도 하다. 2007년 함평으로 이전한 이후 병원은 최근까지 도심 속에서 폐허처럼 남아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를 맞아 닫혀있었던 병원의 문이 다시 열렸다. 특별전 ‘메이투데이’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이 비극의 역사를 넘어 치유와 연대의 가능성을 발굴할 수 있는 역사로서 조명하기 위해서다.

이번 특별전은 강운, 김설아, 정정주, 문선희, 박화연, 송필용, 이연숙, 임남진, 정선휘 등 광주 지역작가 12명의 협업을 통해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참여작가 대부분은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역사가 남긴 흔적 안에서 살아가고 있어 다양한 세대들이 보는 5·18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배영환 작 ‘임을 위한 행진곡’

작가들은 1층의 체육실을 중심으로 병원을 일시적으로 점유하며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과 보이지만 애써 외면하려 했던 것, 말할 수 있는 것과 차마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 침묵 사이의 간극과 연결성에 주목한다. 1980년 항쟁의 상처를 넘어 당시의 기억을 섬세하게 가다듬고 가공해 새로운 연대의 미학을 만들었다. 전시는 이런 의미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전시의 기획은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과 임수영 독립큐레이터가 맡았다. 기획자들은 구 국군광주병원이라는 장소적 특징에 기반, 작가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신작들로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긴 세월 쓸모를 잃어버리고 방치돼 곳곳이 부서지고 뜯긴 흔적이 가득한 공간을 예술작품들로 채워 새 새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김설아의 공간설치 작품.

올해 광주비엔날레 대표작으로 떠오른 문선희 작가의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목소리’는 데이지 5천 송이를 이용했다. 작품은 병원 중환자실로 가는 계단 공간에 작가는 아리따운 데이지꽃밭을 펼쳐놓고 관객들이 이를 지나가게 한다. 전시 공간에는 꽃들 사이로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퍼진다. 작가는 1980년 당시 광주에서 초등학교에 다닌 80여 명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증언을 지금 광주에 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옮겼다.관람객들은 작고 연약한 데이지 사이를 지나면서 허공에 울려퍼지는 천진난만한 아이들 목소리에 공명하며 마음을 정화하고 치유의 내음을 맡게 된다. 작가는 데이지 식물은 잎과 꽃, 뿌리까지 모두 상처를 치유하는 데 쓰이는데 착안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김설아 작가의 설치조형물 ‘불면의 읊조림 비명의 기억’은 피를 뽑는 채혈줄 다발로 이뤄진 작품이다. 작가는 당시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와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이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 채혈줄 작품을 만들었다. 강운 작가의 추상 유화 ‘마음산책―망자를 위한 진혼시’는 광주의 비극을 노래한 김준태 시인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적은 글씨를 수없이 지우고 물감으로 덧칠한 흔적을 단색조의 화면에 표현했다.

임민욱 작 ‘채의진과 천개의 지팡이’

이세현 작가의 ‘에피소드-메이투데이’는 옛 국군광주병원 건물 창문 너머 실재하는 자연과 사진으로 기록한 장면을 포개 기억과 변화의 시간을 추적한다. 최기창 작가의 ‘레인보우 장면’ 연작은 깨지고 부서진 건물의 잔해와 작품을 뒤섞어 무지개의 희망을 발견하게 한다.

이번 메이투데이 전시에는 2018년 열린 제12회 광주비엔날레때 첫 선을 보인 카데르 아티아의 ‘이동하는 경계들’, 마이클 넬슨의 ‘거울의 울림(장소의 맹정, 다른 이를 위한 표식)’ 설치작품과 지난해 5월 선보였던

이불 작 ‘태양의 도시’

임민욱 작가의 ‘채의진과 천개의 지팡이’, 시오타 치하루의 ‘신의 언어’ 설치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또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이불은 공간이 조각난 거울에 의해 쪼개져 재구성된 모습으로 보이는 ‘태양의 도시’ 시리즈와 지난 2018년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일부 철거하면서 남은 철재로 만든 ‘오바드 V’를 선보이고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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