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자현장-건달도 명분은 찾는다
심진석 <중·서부취재본부 차장>

“건달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아입니까”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극중 최익현(최민식)이 같은 집안 조카뻘인 최형배(하정우)에게 나이트클럽 이권다툼에서 경쟁 조폭이었던 김판호(조진웅)를 공격해 줄 것을 청하자 꺼낸 말이다.

가상의 상황이긴 하지만 어떤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명분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터이다. 작게는 스스로에 대한 정당성, 넓게는 일에 관련된 이들에게 지지를 얻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어서다. 반대로 이 명분이 합당하지 않을때는 그만큼 후폭풍이 거셀 수 밖에 없다.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목포시지부(이하 노조)는 지난달 초부터 최홍림 목포시의원을 갑질의원으로 규정,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전개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올해 1월 목포시 한 공무원이 최 의원 갑질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이에 장기 휴직을 하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것. 이를 기점으로 약 1천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격모독 등 17건의 갑질 행위도 추가 적발했다고 부연했다. 같은 이유로 노조는 서로 돌아가면서 시위도 전개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모든 상황이 우습기 짝이없다. 노조가 최 의원 갑질 폭로의 최초 명분으로 삼았던 직원은 정작 “자신은 최 의원 갑질로 휴직을 낸 것이 아니다”고 (본보 기자를 통해)밝혔기 때문. 이 말이 맞다면 최 의원을 둘러싼 목포시 노조의 그간 행위는 거짓 명분에서 출발했단 뜻이 된다.

최 의원은 지역 3선 의원이다. 단순 숫자로만 보더라도 10년이 훌쩍 넘는 경력이다. 바꿔 말하면 이 세월동안 목포시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의원이 천명이 넘는 공무원들과의 갈등 사례가 겨우 17건 밖에 없다는 것은 최 의원이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했거나 아니면 정말 공무원들과 특별한 문제 없이 의정활동을 했다는 또 다른 증거는 아닐까.

사실 최 의원은 목포시 집행부 입장에서 가장 껄끄러운 의원이란 평이다. 목포시가 추진하는 현안사업들에 관해 누구보다 날카롭게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희소한 인물이어서다. 그래서일까 최근 최 의원과 노조간 갈등을 종식시킬 대화의 장이 추진됐지만 김종식 목포시장은 끝까지 외면했다. 노조도 홍위병 마냥 김 시장 뒤를 따랐다. 지역사회에서 이번 사태를 어용노조의 엇나간 충성심이 빚어낸 코미디라며 비웃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최 의원 입 하나 틀어 막는다고 숨은 진실까지 감출 순 없다. 명분 없는 외침은 본인들 목만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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