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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20) 박장대소(拍掌大笑)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20) 박장대소(拍掌大笑)

<제4화>기생 소백주 (120) 박장대소(拍掌大笑)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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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어어 어서 이이 일어나시게! 내 자네에게 주주 죽을죄를 졌는데 무무 무슨 소리인가!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왕에 사람을 살릴 테면 아주 살려 주시게나! 자네와 나와 단 둘이만 아는 일이니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은 이 일을 절대로 모를 것이네! 자 자네가 나나나! 나를 좀 살려 주시게나!”

한 나라의 왕비의 오라비에 일국의 내로라는 정승 체면에 여염집 남편 있는 아녀자를 마치 파렴치한 날강도처럼 끓어오르는 욕정을 참지 못하고 탐하려다가 그 집 안방 장롱 속에 갇혀 죽을 뻔 했다 살아났다는 이 추저분하고 창피한 일이 온 세상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것을 이정승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승나리! 그거라면 걱정 마십시오. 이게 무슨 좋은 일이라고 철딱서니 없이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겠습니까!”

김선비가 흔쾌히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으음! 그 그렇다면 내 내 안심이네. 그리고 삼천 냥은 안 갚아도 되네! 또 내 자네에게 벼슬자리를 내려준다고 한 약속도 지킬 터이니 내일 아침 사시(巳時 오전 9-11시)에 내 집으로 오시게! 꼭 와야 하네!”

말을 마친 이정승이 소름이 끼친 듯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한번 부르르 떨더니 쥐구멍을 찾아 도망가는 생쥐마냥 재빨리 쪼르르르르 방문 앞으로 달려가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덜컹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는 방문 밖에 서서 ‘휴우!’ 하고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갑자기 밤하늘을 바라보며 ‘으흐허허허허허허헝!’하는 기묘한 신음소리를 토해내는가 싶더니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부리나케 제 집 가는 쪽을 향해 소나기 몰아오는 날 비 맞은 수탉 꼴로 비칠비칠 어둠 속을 재우쳐 달려가는 것이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저 장롱 속에 영영 갇혀 이 밤에 깊은 강물에 던져져 죽거나 혹은 뜨건 불에 타져 죽는 험한 꼴을 속절없이 당해 뼈도 추리지 못하고 그만 비명횡사하여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을 터인데 살아서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게 되다니 꿈만 같았던 것이다. 용궁 간 토끼 탈출한 기분으로 단단하게 혼쭐이 난 이정승은 벌렁벌렁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마구 집을 향해 미친 듯이 밤길을 뛰어 달았다.

그때야 죽은 듯이 방안에 쓰러져 누워있던 소백주가 부스스 감았던 눈을 뜨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김선비를 바라보며 손뼉을 치며 ‘깔깔깔깔깔깔깔!’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김선비도 ‘으으하하하하하하!’ 창자가 다 꼬부라지도록 웃어재끼며 소백주를 마주 바라보고 박장대소(拍掌大笑)하는 것이었다. 소백주의 치밀한 계략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일국의 정승, 그것도 독사보다도 더 표독하고 미련한 곰보다도 더 탐욕스럽고 저 알도 낳지 못한 늙은 암탉대가리만큼이나 텅텅 골빈 이정승이 그대로 나가 떨어져 버린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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