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22) 금의환향(錦衣還鄕)
<제4화>기생 소백주 (122) 금의환향(錦衣還鄕)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오호라! 그래! 그렇지! 그럼 그렇게 하시게나. 이 길로 곧장 집에 내려가 있으면 상감마마의 교지가 곧 내려갈 것이니 어서 서둘러 가시게나.”

이정승이 그렇게 말하면서 김선비를 물리쳤다. 원하는 커다란 떡을 입에 덜컥 물리었으니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얼른 내보내야만 했다.

“아이구! 정승나리, 이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옵니다!”

김선비가 넙죽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

“그 그래, 어 어서가게!……어 어흠! 그 그리고……자네도 잘 알겠지만 그날 밤 그 일은 우리만 알아야 되네!”

이정승이 누가 들을 새라 눈을 찡긋거리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이구! 저 정승나리, 아무 염려 마십시오.”

김선비가 다짐하듯 말하고는 방을 물러 나왔다. 그리고는 한달음에 소백주가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대문 밖에서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소백주가 김선비를 맞았다.

“하하하하하! 내 그대 덕분에 오늘 상주목사 벼슬자리까지 얻고 모든 소원을 다 풀었소이다!”

김선비가 달려들어 누가 보거나말거나 소백주를 와락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아이! 이 이를!……서 서방님, 아주 좋으시겠습니다. 호호호호호!”

소백주가 웃으면서 말했다.

소백주와 김선비는 서울의 집을 팔고 수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서둘러 가산을 정리했다. 소백주의 집과 재산은 가까운 일가친척에게 맡기고 둘이 함께 상주를 향해 떠났다. 상감마마가 보낼 상주목사 교지보다 먼저 가서 기다려야만 했다. 김선비는 말을 타고 소백주는 가마를 타고 떠났다. 초여름의 불볕 태양이 이글거리며 짙은 초록의 대지를 내리쬐고 있었다. 길을 가다 더위에 지친 김선비와 소백주는 마침 지나가던 산 아래 시원한 시냇물 내리는 계곡 숲을 발견하고는 잠시 쉬어가려고 바위 위 나무그늘 밑에 앉았다.

뜻하지 않게 돈도 되찾고 오매불망(寤寐不忘) 바라던 벼슬까지 얻어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하게 된 김선비가 감격에 젖은 눈빛으로 소백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그대를 만나 내 뜻하는 바를 모두 다 이루었소. 재물도 되찾았고 벼슬도 얻었고 고향집으로 돌아가 늙은 어머니와 처자식들과 함께 사는 즐거움을 얻었소. 과거시험에 수번 낙방하고 벼슬을 돈을 주고 사려고 집안의 재산을 모두 팔아 돈이란 돈은 모조리 긁어다 바친 타락하고 가난한 폐인이 된 나를 선택해 구해준 그대를 내 어찌 대해야 될지 모르겠소. 지금에야 그깟 재물도 벼슬도 한갓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아 알았지만 말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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