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24) 선비의 길
<제4화>기생 소백주 (124) 선비의 길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본시 글 읽는 선비의 길이라는 것이 고행(苦行)의 길이라 한평생 자신을 수양하며 사는 것도 버거운 것인데 어찌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백성들을 다스린단 말이요. 자칫 잘못하면 군림하는 자가 되기 십상이지 않겠소. 삼일이면 벼슬자리 볼 맛은 다 보았소이다! 더 길어지면 그 맛에 중독이 되어 오도 가도 못하고 본래의 뜻을 잃어버릴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어찌 우리들의 평안한 훗날을 기약 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은 내 그대를 보아 순순히 여기까지 따라왔지만 상주목사자리는 진심으로 사양하고 싶었습니다.”

“서방님! 그 자리를 그리 어렵게 얻었는데 너무 쉽게 내려놓으시는 것은 아닙니까?”

김선비의 말을 들은 소백주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이 자리에 오르기 전에는 참으로 이 자리가 탐나고 욕심이 났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자리에 오르고 보니 문득 내려 가야할 것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반란에 변란이 해마다 끓이지 않고 일어나는 터라 지금이 난세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맹자(孟子)께서는 어지러운 난세에 폭정(暴政)의 군주나 혼군(昏君)에 협력하여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하여 밥벌이를 하려거든 문지기 이상은 해서는 아니 된다고 했지요. 그렇다고 문지기 주제에 세상사에 참견하며 사사건건 옳은 소리를 해대는 것도 사람의 도리에 어긋난다고 했습니다. 혼탁한 시대 포악하고 어리석은 군주가 주는 백성의 피를 뽑은 봉록(俸祿)은 다 받아 챙겨먹으면서 배은망덕하게 잘난 체하며 옳은 소리를 해대는 것도 지조 있는 선비가 해서는 아니 될 일이지요. 오늘 이정승은 이 자리를 마지못해 내어 주었지만 언제 또 마음이 변해 잔인하고 표독하게 거두어 버릴지 모르지요. 그리고 높이 오르면 내려가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까마득히 떨어져 가루도 없이 산산조각 부서져버리기 일쑤지요……으음! 참으로 소중하게 얻은 당신입니다!”

김선비가 그렇게 말하며 은근한 눈빛으로 소백주를 바라보았다. 소백주가 김선비의 눈빛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서방님! 실은 지난번에 이정승 집에 며칠 머물 때 그 집 부엌에서 일하는 할미를 잘 사귀어놓았지요. 그런데 며칠 전 이정승 집에서 일하는 그 할미가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부인! 그 그게 무슨 말씀이요?”

소백주의 뜻밖의 말에 김선비는 깜짝 놀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정승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서방님의 입을 막기 위하여 벼슬자리를 내주었지만 그 치욕을 영원히 지워버리기 위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서방님과 저를 안심 시켜 무방비 상태에 빠트려놓은 다음 허를 찔러 제거해 버릴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게?……”

“반란과 변란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 세상사인데 천하의 권력자 이정승이 마음만 먹으면 반란과 변란에 서방님을 슬그머니 엮어 넣거나 혹은 반란과 변란 세력을 가장해 서방님을 쥐도 새도 모르게 감쪽같이 없애 버리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 아니겠습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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