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수 광주광역시도시공사 사장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아파트 30층 높이 제한의 당위성
노경수(광주광역시도시공사 사장)

오늘날 세계 도시들은 대부분 건물의 높이규제를 하고 있다. 먼저 쾌적한 도시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 규제를 시행한다. 고층 건물은 인접 저층 건물에 일조와 통풍을 가로막고 ‘내려다 엿보기’ 등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 둘째, 탁트인 시원한 조망을 선호한다.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이나 영산강 등을 바라보는 경관을 일부가 독점하지 않고 다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공성 확보도 필요하다. 셋째, 고궁처럼 역사적 건물이나 아시아문화전당과 같은 특정건물 및 장소의 권위를 유지하고, 공항 주변처럼 비행 안전을 위해서도 건물의 높이를 규제한다.

최근 이용섭 광주시장은 무분별한 고층아파트 위주의 난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몇 가지 ‘주택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첫째, 현재 시행하고 있는 아파트 30층 이하, 복합건축물 40층 이하의 높이 제한을 뒷받침할 기준 마련, 둘째, 신규 공동주택건설사업을 전제로 제1종 일반주거지역의 제2, 3종으로 용도지역 상향 변경 불허, 셋째, 개정 주택법에 따른 무분별한 조합설립 차단, 넷째, 준주거지역 및 준공업지역에서 주거시설 용적률 축소 등의 준수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주택정책 방향’이 나온 배경에는 광주시 인구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아파트를 지어도 되는지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광주의 주택보급률이 110%에 육박하고 아파트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인데도 광주 전역에 걸쳐 고층아파트의 신축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구도심의 고층·고밀 재개발사업이 전통 시가지 모습을 붕괴시킴에 따라, 시민들에게는 기억과 추억의 상실감을 넘어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솟아오른 고층아파트들은 장벽을 이루어 무등산 조망을 차단하고 있으며, 무등산을 배경으로 한 광주의 시가지경관이나 스카이라인은 질서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광주시의 아파트 30층과 복합건축물 40층 이하와 같은 절대높이 제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도시경관이 획일화되고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원에는 저층 건물들이 올망졸망 들어선 옛 도시가 볼품 없고 답답하게 길을 에워싸는 것보다는 듬성듬성 초고층을 세우고, 나머지는 녹지공간으로 시원하게 열자는 르 꼬르뷰지에를 비롯한 근대주의 도시계획가들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과거 5층 높이의 운암동 벽산, 롯데아파트(주공 1, 2단지), 화정동 힐스테이트(주공아파트)와 저층 주거지였던 남광주역 부근에서는 30층 이상 재건축되었지만, 아파트 경관은 트인 곳 없이 촘촘히 채워져 결과적으로 아파트 높이만큼 절벽같은 성벽을 올린 꼴이 되었다. 이렇듯 광주 시가지를 둘러보면 건물을 고층화 해서 개방감 있는 경관을 확보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은 것 같고, 또 저, 중, 고층이 어울리는 바람직한 도시경관도 형성되지 않고 있다.

아파트 30층과 복합건물 40층 높이제한은 광주다운 경관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이며 주택건설시장에서 받아들이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간 제2,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0층을 넘게 건설한 아파트 사례는 2-3개 지구이며. 준주거와 상업지역에서 40층을 초과한 주상복합 건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호남대 쌍촌캠퍼스의 경우에도 총 건축면적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도시계획위원회가 제시한 30층 이하 권고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는 고층화 욕구가 끝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욕구를 적절히 제어하고 더 이상 아파트 중심의 무미건조한 획일적인 도시개발이 추진되지 않도록 이용섭 광주시장이 먼저 나섰다. 시민이 바라면, 광주시장은 광주다운 경관을 형성하는 정책을 보다 섬세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파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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