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8.2GW 해상풍력, 에너지 전환 ‘순풍’ 타고 속도 내야

주동식(녹색에너지연구원장)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해상풍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는 해상풍력이 최근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8.7% 성장했고, 2030년 누적 발전용량은 2019년 대비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 생산의 1/3을 해상풍력발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덴마크는 대단위 해상풍력 단지 조성 목적으로 북해 해상에 인공 ‘에너지 섬’ 건설을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프랑스는 2018년까지 전무했던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향후 5년 내 3GW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고, 유럽에 비해 한참 뒤진 미국도 금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까지 해상풍력을 2배 늘리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동북아에서는 중국이 정부 정책지원에 힘입어 2030년 52GW 목표를 갖고 해상풍력을 선도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정부 주도의 사업추진 체계 구축으로 2030년까지 10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대만도 2025년까지 5.5GW 확대 목표를 순조롭게 추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의 열풍이 이렇게 강하게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해상풍력이 최적의 해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해상풍력은 단위 면적당 발전량이 최대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 해상풍력은 반드시 활용해야 할 재생에너지원의 으뜸인 셈이다, 또한, 해상풍력은 거대 장치산업으로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발전비용의 감소 및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태양광·육상풍력에 비해 이점이 더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디어 해상풍력의 녹색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신안지역 8.2GW 규모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조성 사업을 계기로 그동안 잠자고 있던 한국의 해상풍력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일어선 형국이다. 신안 해상풍력 사업은 2030년까지 총 48조5,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발전사 등 민간부문의 투자가 47조 6,000억 원, 정부투자는 9,000억 원 수준이다. 전남도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 및 그린수소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신안 해상풍력은 지역주민이 개발사업에 직접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형 모델로서 주민 수용성 확보에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한전 등 공기업이 사업 참여 및 공동 접속설비 구축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일괄 인허가 처리를 위한 ‘원스톱샵’ 도입, 지역주민 및 지자체 지원체계 보강 등 관련 제도 정비가 함께 이루어지면 신안 해상풍력은 그야말로 순풍을 타고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제주도 서쪽에 탐라해상풍력단지가 있다. 해안에서 500 m정도 떨어진 해상에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3MW 해상풍력 발전기 10기가 설치돼 있다. 국내 기술력과 자본으로 건설한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단지로서 2017년 9월부터 운전을 개시한 이래 연간 81.2GWh의 전력을 생산해 오고 있다. 당초 계획한 발전설비 이용률은 29%(해상풍력의 경우 이용률 25% 이상이면 경제성 확보 가능)였으나 실제 이용률은 이를 상회하는 33%에 이르고 있다.

사업 초기 주민들은 환경문제와 어업피해 등을 걱정했으나 소음이나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고, 해상풍력 기초 구조물의 인공어초 기능 덕분에 해삼·소라는 물론 어족 자원이 더욱 풍부해졌으며 근처에 돌고래가 뛰놀고 관광객도 더 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해상풍력이 바람의 속도와 질이 좋지 않아 경제성이 부족하고 태풍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 부적합하다는 견해를 가끔 접한다. 그런 주장을 펼치는 분들께 탐라해상풍력단지에 한번 다녀오시라고 권하고 싶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을 새삼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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