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2) 사라진 중국인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2) 사라진 중국인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주인장 계시오?”

그 이국인이 마당에 서서 소리쳤다.

“뉘시오?”

김씨가 얼른 나가 맞았다. 차림새나 얼굴 모양에 말투를 들어보니 첫눈에도 조선 사람은 아니었다. 팔자 콧수염에 중국옷을 입은 것이 영락 중국인이었다.

“저는 중국 사람인데 이 집에서 며칠 간 묵고 가면 좋겠군요. 사례는 후히 해드리겠소이다.”

그 말을 들은 김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쇠죽 끓이는 사랑방에 자신과 같이 자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말했다.

“그러시구려. 저랑 같이 이 사랑방에서 자면 되겠군요.”

이렇게 그날 밤부터 김씨는 중국인을 자기 집 식객으로 받아들여 아내가 차려준 밥을 함께 먹고 사랑방에서 잠을 같이 자며 지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도무지 그 정체가 궁금했지만 부러 꼬치꼬치 캐 물어볼 것도 아니어서 그냥 지켜보고 지내오던 터였다. 낮이면 산과 들 어디로 바삐 쏘다니던 중국인과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밤 한밤중에 중국인이 방을 나갔다. 방을 나가는 것을 잠결에 눈치 챈 김씨는 그저 잠시 소변이나 대변을 누러 변소에 다녀오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잠을 잤다. 한참동안 깊은 잠에 들어 언뜻 정신이 들고 보니 옆자리가 허전했다. 꽤나 긴 시간동안이었는데 옆에 누워 자고 있어야할 중국인이 없었다. 낯선 이국의 나라에 와서 밤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혹시 변이나 당한 것은 아닐까? 갑자기 궁금해진 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변소를 뒤져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이리 저리 샅샅이 집안을 살펴보아도 중국인은 없었다.

‘이 사람이 어디 갔지?’ 하고 둘러보는데 집 대문이 살짝 열려져 있었다. ‘분명히 어제 밤 대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잤는데 왜 열려있지?’ 김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새 어스름 동이 터 오는 새벽녘이었는데 그때 대문 밖에서 중국인의 인기척이 났다. 김씨는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그러자 중국인이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이부자리 속으로 기어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날 이후로 중국인은 한밤중이면 어김없이 나가서 새벽녘에야 돌아왔다. 커져 가는 궁금증에 잠이 오지 않은 김씨는 깊은 의혹에 사로잡혔다.

오늘밤에도 김씨는 사라진 중국인을 보고는 밤마다 무엇을 하는지 그 뒤를 은밀히 밟아볼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그 뒤가 수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나라의 병참 기밀이라도 염탐해서 빼가기라도 한다면 관가에 붙잡혀가 경을 칠 큰일이었고, 무슨 국보급 보물이라도 훔쳐내거나 다른 욕심으로 남몰래 이 나라에 들어와 밝은 눈을 피해 도둑고양이처럼 캄캄한 수작을 부린다면 가만 두어서는 절대로 아니 될 일이었다. <계속>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