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형 애벌레지만 온몸에 털이 많아 ‘신기’
초령 유충 실을 토해 텐트 모형 만들고 집단 서식
종령 가까워질수록 흩어지는데 몇마리씩만 발견
긴 털 ‘독나방’오해 …어른벌레 돼야 이름 값 구실
주로 밤에 관찰되지만 낮 나뭇잎에서도 종종 발견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32> 별박이자나방

 

사진-1 별박이자나방애벌레(2018년 8월 31일, 뱀사골)
사진-2 별박이자나방애벌레(2018년 8월 31일, 뱀사골)
사진-3 별박이자나방애벌레(2014년 5월 6일, 추월산)
사진-4 별박이자나방(2016년 6월 26일, 동악산)
사진-5 별박이자나방(2015년 6월 23일, 병풍산)

보편적으로 배다리가 1쌍인 자나방류의 애벌레들은 긴 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특이하게 자벌레형 애벌레지만 온뭄에 긴 털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다.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볼수 있는 별박이자나방애벌레다. 먹이식물은 쥐똥나무, 물푸레나무 등인데, 8월이면 초령 유충들이 실을 토해 텐트 같은 것을 만들고 집단으로 모여산다.

2018년 8월 31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뱀사골을 찾았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뱀사골은 시원하다는 느낌이다. 더위를 피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애벌레 등 곤충들이 없을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 사람들로 인해 자신들의 천적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 정비된 데크길을 따라서 천천히 걷다보면 수많은 애벌레들과 마주하게 된다. 사진도 담고 때론 채집하고 있으면 “뭐, 좋은거 있어요?”하며 물어 보기도 한다. “애벌레 관찰하고 있어요”라고 하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간다.

나뭇잎 뒷면에 얼기 설기 실을 치고 집단으로 모여 있는 녀석들이 보인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쉼없이 먹어 치운다. 낙엽층에서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나무로 다시 올라와 먹기 시작한다. 8월 뿐만 아니라 봄에도 실을 내어서 크게 망을 치고 집단으로 잎을 먹어 때로는 나무의 잎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특히 쥐똥나무가 피해를 많이 본다. 종령 애벌레는 검은 바탕에 주황색과 흰색이 섞여 있고, 자나방이면서도 긴 털이 있다. 참 특이한 녀석이다.

종령애벌레를 만난 것은 2014년 5월 6일, 담양 추월산에서다.

지금처럼 사육을 했더라면 녀석을 데려다 키우며 번데기도 보았을텐데 그땐 애벌레를 키우기 전이라 그냥 사진만 담았다. 지나고 보니 많이 아쉽다. 그러나 긴 시간을 두고 초령애벌레부터 종령까지 관찰하면서 어른벌레와 함께 정리하는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령애벌레를 먼저 만날수도, 어른벌레를 만날수도, 초령이나 2령 애벌레를 먼저 만날수도 있다. 물론 동일 장소일수도 있겠으나 대부분 다른 곳에서 관찰하게 되는데 이러한 자료들을 모아 놓으니 전체의 생활상을 그려 볼수가 있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먹이식물인 쥐똥나무나 물푸레나무 주위에서 애벌레 상태로 월동하는 녀석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낙엽층 깊숙한 곳에서 월동을 하므로 쉽게 보이지 않을수 있지만 말이다.

애벌레나 어른벌레가 관찰되는 곳이 동악산, 추월산, 병풍산, 지리산 등 여러 지역인 것으로 보아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집단으로 모여 살면서 종령이 가까워지면 조금씩 흩어 지는데 몇 마리씩 함께 있는게 관찰된다. 먹이식물이나 다른 나무로 이동하여 엉성하게 고치를 만드는데 약 10여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애벌레만 놓고 보면 왜 별박이자나방인지 언뜻 이해가 되질 않는다. 긴 털을 가지고 있어 독나방으로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름은 제법 멋진 별박이자나방이니 말이다. 그러나 어른벌레를 보면 조금은 납득이 되지 않을까.

흰색의 살짝 투명한 날개에 점점이 박힌 별모양의 검은 점들이 별 같다는 느낌은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주로 밤에 관찰되지만 낮에도 나뭇잎에 앉아 쉬고 있는 녀석들을 만나볼수 있으니 숲은 그저 신기할 뿐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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