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5·18 희생자, 故 전재수군 영정 모셔
12살 나이에 계엄군 총탄 맞아 숨져
41년 만에 찾은 사진으로 묘비 제막
“이제라도 얼굴 볼 수 있어 감사…”

5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고(故) 전재수 군의 형 재룡(60)씨가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5·18민주화운동유족회는 어린이날인 5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故 전재수 열사 41주년 사진묘비 제막식 및 추모식’을 개최했다.

이날 제막식은 유가족과 5·18단체, 전재수군의 모교인 효덕초등학교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식사와 국민의례, 추모사, 유가족 인사말, 헌시낭독, 제막의식, 헌화, 폐식사 순으로 진행됐다.

앞서 전군은 1980년 5월 24일 남구 진월동 마을 앞동산에서 또래 친구들과 놀다 참변을 당했다. 보병학교 교도대 병력이 무장 시민군으로 착각해 전재수 군이 있던 동산에 사격을 가했고 친구들과 도망치던 전군은 고무신을 주우러 돌아섰다가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전 군은 사진이 없어 묘비에 영정사진 대신 무궁화를 새겨 넣은 ‘얼굴 없는 희생자’로 남았었다. 그러다 올해 1월 형 재룡씨(60)가 부친의 기일을 맞아 사진 앨범을 정리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재수 군이 새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발견했고 제막식을 통해 묘비에 사진을 새겨 넣을 수 있게 됐다.

전재수 군의 형 재룡(60)씨는 “41년만에 동생의 얼굴을 찾아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이제라도 얼굴을 볼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늘나라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여동생 영애(49)씨는 “사진을 보자마자 같이 손잡고 물총 놀이를 하던 오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어린 나이에 계엄군의 총을 맞아 운명을 달리한 오빠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고 흐느꼈다.

아울러 이날 추모제에서는 재수군이 다녔던 효덕초등학교 후배들이 쓴 편지글과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제작한 추모 배지가 유족들에게 전달됐다.

원순석 5·18민중항쟁 41주년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이제서야 전재수 열사의 영혼을 편히 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오월의 진상을 밝혀 재수군처럼 잃어버린 영령들의 얼굴을 모두 찾아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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