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4-H를 중심으로 한 청년농업인 육성

김희열(전남농업기술원 농촌지원과장)

우리나라 4-H 운동의 시작은 1947년이었다. 1952년 정부 시책사업으로 채택되면서 교육이 부족한 시절 농촌을 재건시키는 데 농촌교육 운동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1970~80년대는 4-H 이념을 새마을정신에 접목해 마을 단위로 4-H회가 조직될 만큼 부흥기를 거쳤고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의 주체로 활약했다. 80년대 산업화 이후 농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4-H 운동도 급격히 위축되고 그 역할과 기능도 축소됐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청년 농업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시 한번 4-H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되고 있다.

4-H회는 농업·농촌의 미래를 이끌고 있는 학습단체 중 하나로 학생4-H·청년4-H· 4-H본부로 조직되어 있다. 농촌진흥청과 도 농업기술원 및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단체 활동, 리더십 교육, 회의 기법 등 민주시민으로서 인격을 닦고 농업·환경·생명의 가치를 키우는 창조적 미래세대로 성장토록 지원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국가적 도전과제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농가 인구가 1980년 198만 9천 명이던 것이 40년이 지난 2019년에는 29만 7천 명으로 85%가 줄었고, 65세 이상 고령농 비율은 2010년 39%에서 2019년 51%로 늘어난 상황이다. 전남도4-H회원 역시 1985년 15만여 명에서 2019년 5천 397명으로 줄었다. 이와 같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성장 잠재력은 심각하게 약화된 상황이다. 청년 농업인 육성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의 열정과 창의적 활동은 변화하는 농촌의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농업·농촌은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별 재배 지역 변화가 심해지고 사회적으로 1인 가구가 늘면서 농산물 소포장 상품이 인기가 높아지고 안전한 먹거리 수요가 커지면서 친환경농산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시장개방·일손 부족·기상 이변이라는 힘든 현실이 이러한 변화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청년 농업인은 기계화·정보화·디지털화로 변해가는 농촌을 이끌어줄 주체로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이기 때문에 전남도는 청년 농업인 육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청년이 농촌에 유입되고 정착해 삶을 영위하는 데는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이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덕·노·체 이념을 생활화하는 지역사회 청소년·청년 교육 운동인 4-H가 일조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전남농업기술원은 ‘청년 농업인 육성’ 목표 아래 22개 시·군과 함께 청년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4-H 운동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농촌공동체 유지와 후계세대 육성을 위해 회원 1만 명 육성 목표로 ‘4-H 회원 1+1 배가운동’이 그 대표적인 사업이다. 배가운동은 전남도4-H본부, 전남도4-H연합회, 4-H지도교사협의회가 참여하여 2020년에 전년 대비 13%인 124개회 6천101명의 회원을 증가시켰다.

또한, 청년 회원의 아이디어 및 융합 영농기술 발굴로 농산업을 육성하고자 4-H 과제 공모전을 추진해 20개의 우수과제를 발굴했다. 청년 농업인 중심 혁신성장 지원 및 농촌 현장에서 정형화돼 있지 않지만,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기술을 모델화할 수 있는 사업을 지원하고자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남 4-H회는 충실한 과제 활동과 미래를 꿈꾸며 자기 개발에 매진하는 명실상부한 지역 청소년·청년 교육 운동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70년의 유구한 역사와 시대의 변화 흐름 속에 지·덕·노·체 이념을 바탕으로 농촌공동체를 지켜온 4-H가 전통을 이어가며 시대가 요구하는 유연한 태도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농촌을 발전시키는데 중심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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