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과의 상생, 평화통일의 첫걸음

남지연(호남대학교 AI교양대학 융합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남북관계는 70여년의 정전관계가 무색하리만큼 빠른 통일의 기운이 감돌았다. 남북문화교류 뿐만 아니라 북한 주요 인사들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했고 급기야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등 통일은 바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듯 했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과 북한과 미국의 지속적 관계이상, 대북전단살포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느린 대응을 이유로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와 연일 미사일 도발을 일으킴으로써 한반도는 다시금 불안에 휩싸이게 되었다. 언제 다시 남북관계가 화해모드로 변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는 중국견제를 위한 QUAD, D10 등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으며, QUAD Plus에 한국가입을 제시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날 선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중국 역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구상 발표와 더불어 러시아, 북한 간 견고한 동맹관계를 통해 한국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에 우리 정부는 국익은커녕 힘든 미래가 예견되고 있으며 북한과의 통일에 대한 핑크빛 미래는 점점 더 불투명한 실정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으로 등극하며 핵을 기반으로 경제난국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오히려 비핵화에 대한 세계적 압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급기야 2017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경제강국실현 실패를 인정하는 발언을 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탈북민을 증가시켰다.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대 경제적 어려움을 탈피하고자 시작된 탈북은 2021년 통일부 자료를 근거로 할 때 어느덧 3만4천명에 이르고있다. 탈북민들은 경제적 어려움 외에도 북한체제의 감시통제로부터 벗어나고 싶거나 더 나은 삶을 위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남한을 선택했다. 그러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도착한 남한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다. 생존을 위해 취업을 하고싶어도 문화적 이질감과 언어적 한계로 쉽지않으며, 북한사람이라고 하면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라지다보니 여전히 대다수의 탈북민들은 자신이 북한사람임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꺼리는 입장이다. 게다가 최근 탈북민들의 재입북 사례들의 보도로 이들에 대한 이미지 손상은 커진 상태이다.

최근 들어 광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상생’이라는 단어가 다양하게 쓰여지고 있다. 상생이란 용어는 말 그대로 서로 북돋우며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상생이라는 단어를 북한이탈주민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북한이탈주민들은 입국과 동시에 국정원이나 경찰청의 합동신문을 거친 뒤 하나원으로 이관된다. 이곳에서 12주동안 사회적응교육 및 1~2시간의 심리안정을 위한 상담을 받게되는데 탈북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가족, 친지, 친구의 죽음이나 성매매, 성폭행 등 엄청난 트라우마를 치료하기란 불가능한 시간이다. 시간이나 예산지원 부족으로 인해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퇴소 후에도 인력부족으로 인해 정착도우미의 도움과 보호담당관의 보호를 받지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현재 광주지역 거주 탈북민은 2천여명 정도에 이르는데 이들에게 지원되는 상담사는 단 2명으로 심리적 지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실정이다. 탈북민들의 사회적응과 안정된 삶을 위한 심리지원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지원의 열악함이 드러나는 증거이다.

북한에서의 공개처형이나 처벌받는 장면, 발각에 대한 두려움 등의 경험과 더불어 입국과정에서 경험한 성폭력이나 죽음, 북한으로의 재송환 경험은 탈북민들에게 복합 트라우마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트라우마의 영향력은 다른 외상보다도 심각하고 장기적인 심리적, 행동적 문제나 대인관계 측면에도 극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탈북민의 경우 한국에서 새롭게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심리적 부적응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며 이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탈북민의 사회적응을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활동과 교육들을 보다 확대해야할 뿐 아니라 그들의 심리적, 관계적 어려움을 돕고 실질적 회복을 위한 심리지원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그들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실존적 주체로 존중하고 바라보는 것이 함께 상생을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탈북민과 함께 통일을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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