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7) 망연자실(茫然自失)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7) 망연자실(茫然自失)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중국인이 김씨의 눈치를 살피며 잔뜩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실상은 김씨는 풍수지리에도 문외한이었고 또 중국인의 인물됨이나 그 중국인의 말뜻을 헤아려 알만큼의 기량이 턱없이 모자란 자이기도 했지만, 김씨 입장에서는 중국인의 말이 믿음이 가지 않는데다가 아무래도 그 장군대좌 명당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으로 온갖 감언이설을 뇌까리며 거짓을 둘러대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자꾸 생긴 김씨는 도무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저 중국인이 말하는 명당자리가 칼을 왼쪽에 차고 있기에 외국인이 무덤을 써야 발복한다는 말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헤아려 알 수 없었던 데다가, 삼정승 육판서가 줄줄이 날 자리가 있다고 바꾸자고는 하지만 그 자리를 어떻게 증명해 알 것인가? 도무지 난감했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부모의 묘를 써놓은 그 장군대좌 명당자리는 중국인이 날달걀을 넣어 그 자리에서 큰 닭이 홰를 치고 나오는 것을 지난 겨울밤 직접 김씨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않은가! 세상에 두 눈으로 확인한 것만큼 더 확실한 것이 어디 있단 말인가! 비록 지난겨울 중국인을 미행하여 그 자리가 명당자리임을 알아냈기에 의당 그 중국인이 그 명당자리의 임자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김씨 자신과 인연이 있었기에 저 중국인을 통해 그 명당자리를 하늘이 알게 한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임자 없는 물건은 하늘아래 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고 더구나 외국인인 중국인에게 저 좋은 명당자리를 내줄 수는 절대로 없지!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던 김씨는 그 묘 자리를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허! 참! 부모님 묘를 옮긴 지가 언젠데 다시 또 묘를 옮겨 쓰라는 거요! 됐소! 큰일 내기 전에 어서 돌아가시오!”

김씨는 화가 단단히 난 표정으로 주먹을 부르쥐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도무지 김씨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안 중국인은 끙! 하고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고 말했다.

“으음! 주인장! 오늘 내 말을 떠올리며 반드시 후회할 날이 있을 것이외다!”

“듣기 싫소! 악담의 소리 그만하고 어서 썩 떠나시오!”

김씨가 화를 내며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허허! 천하의 명당자리라도 임자를 잘못 만나면 허사요! 혈이 반자라도 틀어지면 맹탕 헛것이요! 더구나 한눈을 팔고 있다면 말짱 허사인 것을!……, 허허! 저자가 어찌 그것을 알랴! 이게 다 용의주도하지 못한 내 탓이로다! 그 자리는 나와도 인연 없고 또 저자와도 인연 없고 이 조선 땅하고도 인연이 없단 말인가! 평생 공부가 허사로다! 허사로다!……, 으음! 내 그렇다면!……, 으으하하하하하하!”

중국인은 망연자실(茫然自失) 길이 탄식을 하며 혼잣소리를 하다가 흰 구름 둥실 떠가는 파란하늘을 바라보고는 미친놈처럼 크게 웃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길로 가지고 왔던 부모님 유골을 들고 김씨 집을 빠져나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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