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시민 치료한 전남대병원 “미얀마 연대”
미얀마 의료단체 지원요청에 공감
직원 정성 모아 3천560만원 후원
“미얀마 민주화 열망에 힘 되길”

전남대학교병원 전경.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을 치료했던 전남대병원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미얀마 의료진에게 후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전남대병원은 13일 병원 본원을 비롯해 화순전남대병원, 빛고을전남대병원, 전남대치과병원 직원 1천340명의 정성을 모은 총 3천560여만원의 성금을 마련해 오는 26일 미얀마 광주연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던 전남대병원은 군사 쿠데타 발생 후 민주화 열망을 불태우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과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되고 있는 의료진을 응원하고자 전 직원이 뜻을 모았다.

특히 이번 성금은 시민불복종운동인 CDM 파업에 참여해 180여명이 기소되고 치료할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군부에 촉구하는 미얀마 의료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과 부상자 치료과정서 겪은 심리적 고통을 공감하며 마련됐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전남대병원은 5·18 당시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에 따른 수많은 부상자들을 밤새도록 치료하면서 희생을 최소화하고, ‘광주정신’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계엄군의 발포 이후 병원은 사상자로 가득했으며, 초응급 수술은 밤낮 없이 진행됐고 계엄군의 병원을 향한 사격도 있어 사실상 전남대병원은 야전병원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꿋꿋하게 병원을 지키며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던 의료진의 사명감은 이후 국내·외 의료계의 표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전남대병원이 미얀마 의료진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게 된 것은 41년 전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이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얀마 인권을 위한 의사협회와 15개 의·치·약대 학생연합은 국제기구에 ‘의료인으로서 부상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수없이 접하고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무력함과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반쿠데타 규탄에 참여하는 의료진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있으며, 지난달 21일까지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의료인 179명을 기소하는 등 의료계에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영근 전남대병원장은 “비록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이지만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직접 경험한 전남대병원이 이웃 국가의 비슷한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 후원이 미얀마의 민주화 열기에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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