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북스-네이처 매트릭스
▶네이처 매트릭스
로버트 마이클 파일 저 /정지현 역 /타인의사유
바다 공원 논밭 새 나무 잡초 벌레…
우리의 ‘자연’은 어디까지일까?
인간과 자연의 복잡하고 아름다운
관계망을 조망하는 생태 에세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대변하는
자연주의적 글쓰기에 대한 고찰

최근 코로나 상황과 환경문제 대한 이슈가 늘어나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동식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원 가꾸기나 등산, 캠핑 같이 자연 속에서의 활동을 즐기려는 이들이 넘쳐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하고,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이런 게 바로 자연과 함께 산다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생존하는 최고의 자연철학자 로버트 마이클 파일은 이 책을 통해 자연을 주제로 한 14편의 에세이를 풀어낸다.

먼저 그는 자연을 소비하는 행위의 피상적인 접촉을 경계한다. 자연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건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나, 이것이 실제 자연과의 깊은 유대감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네 공원에서 여름 햇살을 즐기는 사람이 이로운 곤충을 보고도 혐오감과 공포를 느끼는 덴 대표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린, 그 곤충이 이로운지 아닌지 모른다. 동네 생태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연 문맹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는 우리가 받아들이고 좋아할 수 있는 자연과 그렇지 않은 자연을 나누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연을 지나치게 숭배하거나 멀리 두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렇게 묻는다. 황야에 깔린 작은 도로, 아스팔트 틈 사이에 자란 잡초, 가로등 아래 모여든 나방 떼, 교각에 자라난 이끼…, 이중 자연은 과연 어디부터 어디까지냐고.

저자는 자연과 인공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와 자연을 평가하려는 태도를 경계하며, 연속체로의 야생 개념을 전한다. 이를 통해 자연과 함께 산다는 것, 그리고 자연을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들여다볼 계기를 제공한다.

또 하나 저자가 책을 통해 계속해서 강조하는 키워드는 저자가 처음 내세워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경험의 멸종’ 개념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개 동네에는 개발이 덜 된 빈터들이 있었다. 탐험하고 샐쭉거리기도 하고 생각에도 잠겼던 곳. 요새를 만들고 이런저런 생물을 잡고 물과 식물 속에서 장난도 치던 특별한 장소. 이런 공터는 우리 가까이 있었기에 접근하기가 쉬웠고, 정리되지 않은 일종의 야생이었으며,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모험과 놀이를 할 수 있는 비밀스런 공간이었다. 우리는 대개 그런 빈터에서 자연을 경험했고, 그 속에서 깊이 있는 교감을 이루곤 했다.

하지만 도시가 개발되고 빈터가 건물로 채워지거나 아스팔트가 깔린 공원으로 바뀌면서, 그곳에 살던 많은 생명체들이 점차 사라져갔다. 희귀종들이 먼저 사라졌고, 풍부하고 다양했던 생명체들이 살아남은 몇 가지 종으로 단일화되었다. 한 지역에서 어떤 생물이 사라진다는 건, 그 지역에 사는 도달 반경이 좁은 사람들에게는 완전한 멸종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지역적인 멸종이 계속되면 점점 주변 환경이 평평해지고 메말라지면서 깊은 고립이 초래된다. 도시가 개발되면서 생명체가 단일화될수록, 그를 통해 우리가 얻었던 ‘경험’ 역시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경험의 멸종’은 빈곤이 더 큰 빈곤을 낳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여러 사례, 연구 결과 등을 통해 ‘경험의 멸종’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경험의 멸종을 막기 위한 환경 윤리 패러다임 ‘네이처 매트릭스’를 함께 제안하여, 자연과의 긴밀한 연결을 꽤하고 있다.

저자는 유명한 자연철학자이자 생태학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연문학에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펴내고 강의를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 생태학적 글쓰기와 자연문학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함께 풀어낸다.

백인들의 문자를 보고 직접 문자를 발명하고자 했던 인디언 추장 세쿼야의 일화, 처음 발견된 동물이나 식물에게 학명을 부여하는 분류학자 이야기, 《롤리타》로 유명한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자신의 글쓰기에서 중시했던 ‘디테일의 개별화’ 개념, 자연문학의 이원론에 대한 생각 등 자연주의 작가로서 강조하고 싶은 자연과 글쓰기의 상관성을 세심히 담고 있다. /msk72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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