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지적재조사사업, 전남도를 다시 그리다 !

김자영(전남도 토지관리과 주무관)

김자영 전남도 토지관리과 주무관
우리나라 사람들은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더욱이 농사를 본업으로 빈곤의 시대를 넘어왔던 어르신들은 그 애착이 집념화되어 마음 한편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어르신들에게 수십 년을 내 땅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일구고 살았던 땅의 일부가 남의 땅이라 한다면 받아들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반대로 남의 땅이라 생각했던 땅을 내 땅이라 한다면 싫어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땅은 실제로 오랜 세월 사용하던 쓰임새에 따라 형세가 변하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존재하는 땅의 지적 불부합(불일치)으로 인하여 불편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불부합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의 지적제도는 일본인에 의해 1910년대부터 세금징수를 목적으로 실시한 토지조사사업이 시초이다. 현재의 지적도는 110년 전에 작성되어 마모, 훼손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10여 년 전 시작한 전산화 과정에서도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현지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작성이 되었다.

다행히 금년부터는 국제표준의 세계측지계 측량기준 사용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었다. 그동안 100여 년 이상 사용해왔던 일본 동경 중심의 지역측지계 방식이 많은 불부합을 양산했기 때문이다. 이런 불부합을 해소하고 일제잔재 청산, 지적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디지털 지적측량 기술로 전 국토를 재조사 측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한 전남도 지적재조사사업 대상은 82만 필지로 전국 불부합지의 약 15%를 차지한다. 사업추진 초창기 시·군 민원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한다. 경계 협의부터 결정까지의 과정은 수많은 곡절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경계 결정 예정 통지서’를 보내고 나면 사무실 전화벨은 끊기질 않는다고 한다. 분명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사업지구 지정을 했음에도 경계결정할 때는 내 맘 같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토지소유자는 내 땅이 늘어나면 좋고(OK), 줄어들면 싫다(NO). 분명 증감면적에 대해 감정평가에 의한 조정금을 주고 받는데도 그간 일궈온 내 땅에 대한 애착때문에 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차마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다.

반면, 지적재조사사업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사업을 추진해달라는 지역도 늘어나고 있다. 지적재조사사업으로 인해 토지 활용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적재조사를 완료한 마을은 금년도 공시지가가 최고 15.5%까지 상승하였다.

맹지는 64% 해소되었다. 토지는 73%가 정형화되었다. 건축물 저촉 해소는 65%로 토지 활용도가 높아졌다. 이는 도민재산 가치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적재조사사업은 보다 나은 도민들의 터전을 일구는, 말 그대로 전남도의 땅을 다시 그리는 사업이다. 도민들의 깊은 관심 속에 전남도는 3년 연속 국비 최다 확보(255억 원)와 7년 연속 지적재조사 최우수 기관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전남도는 2030년까지 지적재조사사업 완료를 목표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처럼 강압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도민과 소통을 통해 도민이 참여하고 재산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남도의 땅이 도민의 관심과 참여속에 지적재조사사업을 통해 반듯하고 가치 있는 땅으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다.

어렵게 시작한 지적재조사사업, 착실히 그리고 천천히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마음으로 실행해 간다면 우리 전남도의 땅은 반드시 살기 좋은 도민 행복의 터전으로 거듭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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